posted by 드닌 2020. 7. 11. 14:55

183 그 바보는 황야를 목표로 했다

 

 

약속의 날. 새벽.

미카가오카 고등학교 옥상에서.

 

저는 요 며칠 간의 일을 애니메이션 총집편처럼 되돌아보고 있습니다.

 

스즈키 아야카 선생님께서 사육장 안의 닭을 보여준 일이나.

키미 아스카 양이 만든 비지 쿠키를 대접받은 일이나.

콘노 린타로 군과 차 밑에 숨은 “좀비”를 정리하며 찾아다닌 일이나.

타다 리츠코 양과 사람의 기척이 없는 상가에서 데이트를 한 일이나.

히비야 코우스케 군이 리크돔 프라모델을 보여준 일이나.

아사다 리카 쨩과 걸즈 토크를 한 일이나.

제 방이었던 곳을 깨끗이 청소한 일이나.

옆집의ㅡㅡ 다나카 씨의 썩어 부패해가는 시신을 제대로 매장한 일이나.

 

여기서의 생활은 정말 행복했습니다.

기묘한 이이갸지만ㅡㅡ 저는 인류가 멸망하고 나서야 처음으로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행복을 찾은 건지도 모릅니다.

 

이미 말한 대로, 제게는 가족이라 부를 자들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여기 있는 여러분들과의 유대를 특별하게,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 자신이 죽고 싶지 않은 만큼이나, 나는 이곳의 그 누구도 죽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러니까.

저는 혼자, 무릎을 끌어 앉은 채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으으으으으음.」

 

한심할 정도로 저는ㅡㅡ 어느 정도 마음을 정한 지금도 아직 고민하고 있습니다.

기분은 마치, 친구인 세리눈티우스의 곁으로 달려가야… 하지만, 내키지 않아 고향에서 꾸물거리는 메로스 같다고 해야 할까.

 

애초에 제가 타인의 행복을 위해 힘을 다해야 할 이유가 뭘까요?

제 행복은 이곳에 있는데.

내가 있을 곳을 팽개치면서까지 그쪽에 가야하는 건, 어째설까요.

 

“길드”는 아주 우수한 “플레이어”를 이곳에 파견하겠다고 보증하고는 있지만, 그 “플레이어”들이 모두 잘 해낼지도 불안하고.

 

「흠……」

 

턱을 괴고서, 미카가오카를 바라보고.

왠지, 한 고비 고비 마다 이렇게 망설이는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저, “길드”에 들어간다는 건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습니다.

반드시 반대 할테니까요ㅡ. 모두 친철하니까.

…아니.

사사키 선생님은 「가.」라고 말하려나. 그 사람, 그런 면도 있고.

 

필시, 저는 앞으로 많은 불행을 보게 되겠지요.

 

ㅡㅡ 목을 묶은 아이들.

ㅡㅡ 사랑하는 사람을 저버린 가족.

ㅡㅡ 인육을 먹는 커뮤니티.

ㅡㅡ 제정신이던 사람이 실성하는 순간.

 

하지만…… 제 안의 무언가가 외치고 있습니다.

멈춰서서는 안 돼.

이 자리에서 멈추면, 나는 분명 다시는 달릴 수 없게 되겠지.

누군가를 계속해서 지키려면, 따뜻한 이불에서 나와 황야로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금속질의 문이 열리는 소리.

 

「여어.」

 

료마 씨가 한 손을 들면서 나타났습니다.

 

「안녕하세요. 찾느라 헤매셨나요?」

「아니.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서 금세 알 수 있었어.」

「그런가요.」

「좋은 곳이네, 여긴. ……요즘은 다른 사람을 보면 도둑으로 생각하는 게 보통이지. 그런데 아무도 나를 의심하지 않더군.」

「과연 그럴까요. 당신 APP 수치가 높으니까 나쁜 사람이라 생각되지 않은 것뿐이 아닌지?」

「에피피?」

「Appearance(외모)의 약자로… 아, 아니. 역시 모르는 게 낫겠습니다.」

 

아쉽군, TRPG적으로 돌아가는 건 아니었던 건가.

 

「…뭐, 됐어. 곧바로라 미안하지만, 먼저 결론부터 들려줄 수 있을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건 고맙군.」

「단, 그 전에 제가 떠난 뒤에 커뮤니티에 파견된다는 “플레이어”에 대해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만.」

「당연한 요구네.」

 

그렇게 말하면서 료마 씨는 수첩을 꺼내어,

 

「일단 “길드”에 가입해 주는 경우, 너와 관계가 깊은 커뮤니티… 미카가오카 고등학교를 중심으로 하는 것, 네리마 역을 중심으로 하는 것, 항공 공원을 중심으로 하는 것, 이치모토 예술 대학을 중심으로 하는 것, 이렇게에 “플레이어”를 각 두 명씩 파견하게 된다.」

 

저에게 그 내용을 보여줬습니다.

 

「여기에 각 “플레이어”의 이름과 직업을 적어놨어. 확인해 봐.」

「아직 동료가 되겠다고 말하진 않았습니다. 동료 정보의 취급은 조심스러워야 하는 게 아닌 게?」

「물론 허가는 받았어. 위험은 각오하고 있다. 그만큼 “길드” 상층부는 네 능력을 높이 샀다고 생각해줬으면 하는데.」

「음……」

「일단 나도 이 정도의 정보를 갖추는 데에 고생했다고. 덕분에 이 사흘 간 여기저기 뛰어다녔다.」

「수고하십니다.」

 

저는 대충 수첩의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미카가오카 고등학교 커뮤니티]

사카모토 루츠: “격투가” 레벨 57

“길드” 고참 중 한 사람. 나이는 25 정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미인. 여자로서는 드물게 소림사식 가라데의 대리 사범을 맡고 있었어서, “종말” 후에도 한동안 “플레이어”의 힘의 보조 없이 사람을 구하고 다녔다고 하니 골수 무투파이다.

원래는 사이타마에서 활약하고 있었지만, 길드 마스터의 요청에 응해 지금은 여기까지 온 듯하다.

 

아사이 신야: “기적사” 레벨 28

나랑 비슷한 시기에 가입한 “길드” 신인. 아늑한 남자다. 나이는 고등학생 정도? 소셜 게임을 좋아했던 것 같아, 세계를 원래대로 되돌리고 나서는 다시 가챠를 돌리는 게 목표라고 한다.

 

 

[네리마 역 커뮤니티]

마츠무라 와카히토: “전승사” 레벨 78

보기에는 조금 그렇지만 남에게 친절을 베푸는 게 보람인 것 같은 부드러운 남자다. 나이는 아마도 사십 초반대라고 생각된다.

그는 “길드”에서 가장 신뢰하는 “플레이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직접 “전승사”는 요컨대 “정령사”의 상위 호환 같다.

듣기로는 그는 정령을 사역한 스킬을 이용해 거점을 강화하는 것에 꽤 능숙한 것 같다.

아무래도 네리마 역은 방어력이 떨어지는 커뮤니티 같으니까, 그가 가는 게 좋을 거라는 게 “길드” 상층부의 판단이다.

 

고노 키즈나: “마법사” 레벨 28

키즈나 쨩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네. 수줍은 건지, 나랑은 잘 대화를 안 해줘서 말이지. 나이는 14-5 정도?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마법사”는 어떤 나쁜 짓을 하지 않으면 취득할 수 없는 타입의 직업이다. 그래서 나는 그녀와 제대로 대화를 해보고 싶었는데…….

하지만, 네리마 역 커뮤니티에는 마츠무라 씨가 붙었다. 문제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확신하지.

 

 

[항공 공원 커뮤니티]

킨죠 료마: “사수” 레벨 35

나야.

일단 “길드”의 허가를 받아 동료 여성 “플레이어”를 넷, 데리고 갈 생각이다.

기억하고 있나? “마스터 던전”에서 만난 그 네 명이야.

다만, 그녀들을 전투원으로 생각하진 않았으면 좋겠군. 알다시피, 용맹스러운 동작을 잘하는 타입은 아니야.

 

우메다 쥬조우: “사수” 레벨 62

“길드” 고참 중 한 사람. 백만 년 산 듯한 신선 같은 풍모의 노인. 솔직히 좀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의 사람이지만, 분명 잘 해낼 거다. 나는 노인들이 좋아하니까 말이지.

 

 

[이치모토 예술대학 커뮤니티]

코바야시 이치타카: “전사” 레벨 39

잇치는 너도 알지?

그 녀석, 그때부터 너를 따라잡고자 꽤 열심히 하고, 여러 곳에서 자율적으로 레벨 업…… 사람들을 구하고 다니는 모양이야.

일단 나랑 잇치는 항상 연락을 주고받고, “길드”에 가입한 지금도 무슨 일이 일어나면 서로 곧바로 도울 수 있도록 하고 있어.

 

토르 블라디미르: “팔라딘” 레벨 78

토르는 핀란드의 유학생으로 나이는 20이다.

일본을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오타쿠로, 일본어 회화도 거의 문제가 없어.

직업은 “팔라딘”인 것 같다.

자세한 건 나도 알 수 없었지만 동료를 지키는 데에 특화된 스킬이 많은 것 같더군.

카르마도 “선”이고, 조금만 대화해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착한 놈이다.

 

 

「음……」

 

쾅, 하고 료마 씨의 글씨가 빼곡하게 늘어선 수첩을 닫습니다.

 

「한 가지만 말할게요.」

「뭐냐?」

「“이치모토 예술대학” 커뮤니티에는 성깔이 있는 사람들이 많으니, 탄탄한 어른 누구 한 명 더 붙여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러지. 그 조건에 맞게 수배하겠다.」

 

……아. 즉답인가.

 

저는 조금 얼굴을 찌푸렸습니다.

왜나하면, “길드”의 멤버 층이 생각보다 컸기 때문에.

제 레벨이 85이니, 생각보다 근접해 온 “플레이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역시 몇 달 간 레벨을 올리지 못한 게 나타나고 있는 건가?

 

그래도 저는 “마스터 던전”으로 단련한 경험이 있습니다.

결코 전투력에서 뒤처질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만약 “길드”와 적대하게 될 경우 매우 신중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게 된 건 틀림없었습니다.

물론 현재로선 그럴 생각은 없지만…….

 

선의로 시작된 행동에 의해 비극이 생긴다는 것도 흔히 있는 이야기입니다.

 

……뭐,

 

미래에 대해서 끙끙 생각하고만 있어도 별 수 없지만요.

 

「알겠습니다.」

 

이것이 금단의 과실이 아니기를 빌면서.

 

「……당신들의 “길드”에 가입합니다. 그러니ㅡㅡ」

 

ㅡㅡ “끝내는 자”가 길드『명칭 미설정』에 가입 신청을 했습니다.

 

그리고 몇 초 뒤

 

ㅡㅡ 길드『명칭 미설정』의 마스터가 “끝내는 자”의 가입을 허용했습니다.

ㅡㅡ “끝내는 자”는 앞으로 길드에서 나오는 퀘스트를 수리할 수 있습니다.

ㅡㅡ 또 길드 멤버끼리는 염화(텔레파시)가 가능하게 됩니다.

 

「염화?」

 

머리에 ?마크를 띄우고 있자, 그것에 화답하듯 몇 명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ㅡㅡ 최강 멤버의 가입 떴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ㅡㅡ 히야아아앗호호호호호호홓호호호호우ㅜㅇ우우!

ㅡㅡ ㅎㅇ요! 끝내는 자! ㅎㅇ요!

ㅡㅡ 우리는 자네를 환영하네.

ㅡㅡ 잠깐마뇨 여러분, 아침부터 큰 목쏘리, 내지마라주세요…….

ㅡㅡ ㅈ, 저, 키, 키, 키즈나라고 해요, 자, 잘 부탁드립니다!

ㅡㅡ 나는 사카모토 루츠야! 잘 부탁합니다!

 

등등.

 

「……우와. 갑자기 머리 속이 시끄럽다…」

 

단 몇 초만에 삐쩍 수척해진 기분.

료마 씨는 이케멘 얼굴로 「하하하」 웃고서는,

 

「안심해. 지금 뿐이야.」

「그렇다면 다행입니다만… 뮤트 기능 있죠, 이거?」

「아쉽지만 그런 건 없어. 목소리가 시끄러운 경우 위의 사람들에게 말하면, 길드 마스터에게서 주위를 받게 돼.」

「게엑ㅡㅡ」

 

위험한 타입의 SNS에 가입한 기분인데~

 

저는 최대한 입술 끝을 경직시키면서

 

「아, 음……」

 

감각적으로는 “노예”인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죠.

 

(아, 테스트 테스트. 여러분 안녕하세요. 초라한 “전사”지만 이후 잘 부탁드림다.)

 

라 하자 노도의 기세로 “처음 뵙겠습니다”라고 자기 소개의 러시가.

…그렇게 목소리와 이름만 차례로 들어도 역시 못 기억합니다.

 

동아리 활동이나, 들어간 것도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이런 느낌일까.

좀 힘들겠네, 이런 건.

 

머릿속의 목소리를 흘려 들으면서 저는 일어섰습니다.

미카가오카의 모두에게는 쪽지 한 장만 남기고 이 자리를 떠나게 돼서… 조금 미안함이 있습니다. 그래도ㅡㅡ

 

이것도 세상을 위해, 사람을 위해.

인류 문명을 살리기 위해서기에.

 

「가죠.」

「아아, ㅡㅡ동지여.」

 

 

 

그날 낮이었나요.

 

모든 “플레이어”에게 “페이즈 3”의 시작이 선언된 것은.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드디어 페3.

그나저나 이거 보시는 분들 계시긴 한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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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드닌 2020. 6. 30. 02:12

182 세계의 진리에 또 한 발

 

특별히, 그 다음에 특필한 만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모두와 합류해 처음 타보는 전차에 떨리면서, 통행에 방해되는 “좀비”들을 끝내버리고.

 

도중의 한가한 시간은 “마인화” 상태로 하늘을 나는 연습에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곤 해도 아직 연습이 더 필요해 보이긴 해도 말이죠ㅡ.

 

그 뒤 아무 일도 없이 미카가오카 고등학교에 도착한 건…… 저녁 무렵일까요.

 

돌아오자 마자, 모두 엄청 환대해줬습니다.

예에, 그게 정말 제가 다 민망해질 정도로.

마치 올림픽 선수를 영접한 현지 학교라는 느낌.

그렇게 거창한 건 아닌데요ㅡ.

 

그리고, 세 시간 정도 학교를 어슬렁거린 후 저녁 식사가 시작됐습니다.

그날의 식사는ㅡㅡ 아무래도 피난민 아주머니들이 기량을 선 보여 평소보다 더 호화로운 걸 내준 것 같습니다.

 

시푸드 도리아에 그릇 가득한 페페론치니.

말랑말랑한 계란 부침에 갓 따온 야채 샐러드와 비엔나 춘권.

그 후는 “포식자의 고기 자르는 칼”로 썰어진 소고기 스테이크를 산더미나.

 

가장 놀라웠던 건 계란 요리가 나왔다는 걸까요.

 

「이건 무슨 알인가요……? 유통 기한은……?」

 

조심스럽게 묻자, 스즈키 선생님은 껄껄 웃으시고서는

 

「안심하렴, 막 낳은 거니까. 이치예대(이치모토 예술대학의 약자)에서 살아 있는 암탉을 보내서 말이야. 지금도 뒷마당에서 열 세 마리 정도 키우고 있어.」

「엣, 뭐예요 그게. 보고 싶은데요.」

「하하하. 내일 보여주마.」

 

아무래도 제가 없는 동안 생활은 점점 나아지던 모양입니다.

듣기로는 그건 네리마나 항공 공원, 이치모도 예술대학도 마찬가지라는 걸로.

이후…… “괴물”의 위협마저 없어진다면, 분명 이 커뮤니티는 오랫동안 가 줄거라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러니까, 그럼으로. 역시,

더 불행한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ㅡㅡ 제 힘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로 옮길 때가 왔는 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힘을 가진 자의 운명인가…… 라는 농담도 해보고.

조금 시를 읽고 싶은 기분에 젖기도 하고.

 

 

제가 잠자리로 쓰던 교실은 그대로 있었습니다.

그립던 “책상 침대”에 눕고서

 

「그럼…… “실적”, 할까요.」

 

어어어어어엄청 오랜만에 “실적”으로 주는 아이템을 받기로 했습니다.

가능하다면 더 빨리 받고 싶었는데, “마스터 던전” 내에서는 “실적” 아이템을 받을 수 없었으니까요. 미묘하게 타이밍을 놓친 상태, 라 할까.

 

음음.

아직 보수를 받지 않은 “실적”은…… 확실히……(메모를 꺼냈다).

 

“좀비가 보는 악몽” …… 린네 씨의 커뮤니티를 도왔을 때의 녀석.

“구세주” …… 위와 동일.

“해독과 구명” …… 린네 씨의 아버지를 도왔을 때의 녀석.

“쥐 왕의 토벌” …… 던전으로 챙긴 녀석.

“원숭이 왕의 토벌” …… 던전으로 챙긴 녀석.

“움직이는 갑옷의 토벌” …… 던전으로 챙긴 녀석.

“혁명” …… 나카미치 긴가 씨를 쓰러뜨린 때 챙긴 녀석.

 

참고로, 던전 안에서 취득한 “실적” 중 몇몇이 빠진 건, 그 보스에게 가장 큰 타격을 준 “플레이어”에게 “실적” 해제의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즉, 몇몇 적 보스 토벌의 “실적”은 하쿠이 이로하 쨩이 얻게 되는…….

 

ㅡㅡ 와라아아아아! 이로써 여섯 마리 째다아!!

ㅡㅡ 나ㅡ의 승리네!

ㅡㅡ 에헤헤ㅡ

 

문득, 그 당시 그녀의 목소리가 뇌리에서 되살아났습니다.

 

……음. 힘드네.

울 것 같아.

……나중에 목욕, 들어간다.

 

「그럼, “좀비가 보는 악몽”부터ㅡ」

 

ㅡㅡ 실적 “좀비가 보는 악몽”의 보수를 고르세요.

ㅡㅡ 1. 시작형 대(対)좀비용 로봇

ㅡㅡ 2. 시작형 대(対)인용 로봇

ㅡㅡ 3. 시작형 대(対)동물용 로봇

 

ㅡㅡ “시작형 대(対)좀비용 로봇”은 반경 오 미터 이내로 접근한 “좀비”에 대해 자동적으로 발포하는 기능을 갖춘 자동 조종의 기계입니다.

ㅡㅡ “시작형 대(対)인용 로봇”은 반경 오 미터 이내로 접근한 인간에 대해 자동적으로 발포하는 기능을 갖춘 자동 조종의 기계입니다.

ㅡㅡ “시작형 대(対)동물용 로봇”은 반경 오 미터 이내로 접근한 인간형이 아닌 동물에 대해 자동적으로 발포하는 기능을 갖춘 자동 조종의 기계입니다.

 

으음.

분명히 이쪽 “실적” 보수에 관해서는 한 가지 모모카 씨의 조언이 있었던 것 같은데……

뭐, 이건 딱히 생각할 필요도 없습니다만.

 

「대(対)좀비용으로.」

 

가샹 하고 소리를 내며 나타난 것은, 배팅 센터에 있는 피칭 머신 소형판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장난감 같은 기계.

……응. 내일 아사다 씨에게 말씀드려 적당한 장소에 설치되게 하자.

 

「다음.」

 

ㅡㅡ 실적 “구세주”의 보수를 고르세요.

ㅡㅡ 1. 지혜자의 안구

ㅡㅡ 2. 철새의 날개

ㅡㅡ 3. 광전사의 혼백

 

ㅡㅡ “지혜자의 안구”는 자신의 눈에 삽입함으로써 뇌에 영향을 주며, 새로운 지식의 문을 열게 됩니다.

ㅡㅡ “철새의 날개”는 사용하는 순간 반경 5 킬로 권내라면 어디든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는 날개입니다. 한 번 사용하면 없어집니다.

ㅡㅡ “광전사의 혼백”은 사용함으로써 주위를 분별없이 공격하는 레벨 50짜리 “플레이어”의 영혼을 소환합니다. 한 번 사용하면 없어집니다.

 

이것도 심하네.

거의 날개 선택지만 있는 거 아닌가 이거?

 

…… 라고 생각했지만 일단 이건 보류하기로.

의외로, “광전자의 혼백” 같은 게 쓸모가 있을 지도 모르고.

어느 쪽이든 원하게 될 때는 언젠가 옵니다. 서두를 필요는 없겠지요.

 

「다음ㅡ」

 

ㅡㅡ 실적 “해독과 구명”의 보수를 고르세요.

ㅡㅡ 1. 마법의 열쇠

ㅡㅡ 2. 하늘을 나는 구두

ㅡㅡ 3. 시간의 모래

 

ㅡㅡ “마법의 열쇠”는 사용함으로써 잠겨진 문을 열 수 있는 열쇠입니다. 열쇠 구멍이 없는 문에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ㅡㅡ “하늘을 나는 구두”는 신음으로써 십 미터 정도 비상할 수 있는 구두입니다. 한 번 사용하면 없어집니다.

ㅡㅡ “시간의 모래”는 뿌림으로써 시간을 십 초 정도 되감을 수 있는 모래입니다. 한 번 사용하면 없어집니다.

 

아ㅡ.

이것도 큰일이네, 잘 모르겠다.

모모카 씨의 추천은 “마법의 열쇠”였습니다만, 이것도 보류하는 편이 무난하겠죠?

“시간의 모래”, 경우에 따라서는 많은 도움이 될지도 모르고…….

음. 후회하고 싶지 않으니까, 이것도 보류로.

 

ㅡㅡ 실적 “쥐 왕의 토벌”의 보수를 고르세요.

ㅡㅡ 1. 우정을 주제로 한 단편 만화

ㅡㅡ 2. 노력을 주제로 한 단편 만화

ㅡㅡ 3. 승리를 주제로 한 단편 만화

 

ㅡㅡ “우정을 주제로 한 단편 만화”는 읽는 것으로 정신에 영향을 주고 타벌적인 사고를 억제합니다.

ㅡㅡ “노력을 주제로 한 단편 만화”는 읽는 것으로 정신에 영향을 주고 소극적인 사고를 억제합니다.

ㅡㅡ “승리을 주제로 한 단편 만화”는 읽는 것으로 정신에 영향을 주고 패배주의적인 사고를 억제합니다.

 

우와, 이게 뭐야.

아니 용서해줍쇼?

“정신에 영향을 끼친다”계는 은근히 두려운데. 스스로가 스스로가 아니게 될 것만 같다.

 

「필요 없어. ……그래도 일단 우정으로.」

 

펄럭, 하고. 『원○스』 같아 보이는 얇은 책이 로봇의 머리 위에 낙하합니다.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어 안쪽은 보지 않고 표지만 봤지만, 작화가 엄청 구린 카피본이었습니다. 누가 그린 거야 이거.

 

「그럼 다음. 원숭이 왕으로.」

 

ㅡㅡ 실적 “원숭이 왕의 토벌”의 보수를 고르세요.

ㅡㅡ 1. 치쿠와 어묵에 치즈를 넣은 거 다섯 개

ㅡㅡ 2. 치쿠와 어묵에 오이를 넣은 거 다섯 개

ㅡㅡ 3. 사제 오로라 소스 한 팩

 

「……응?」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움직이는 갑옷”은?」

 

ㅡㅡ 실적 “움직이는 갑옷의 토벌”의 보수를 고르세요.

ㅡㅡ 1. 대장편 도라에몽 전집 세트

ㅡㅡ 2. 굉장히 레어한 오공x부르마 동인지

ㅡㅡ 2. 치즈 쌀 과자 다섯 봉지

 

「잠깐. 잠깐잠깐잠깐잠깐」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고선, 일어섰습니다.

뭣ㅡ시라.

이런 보수를 준비할 만한 사람에는 짚이는 게 있습니다.

 

일단 재빠르게 아래층으로 가, “방송실”이라 간판이 내걸린 문을 노크.

 

「이런, 흔치 않은 손님이군.」

 

안에 있던 건 아사다 고조 씨였습니다.

아무래도 다른 커뮤니티와 연락을 하던 중이었던 것 같습니다.

 

「바쁜 때에 죄송하지만, 나카미치 에니시 씨에게 연락할 수 있을까요?」

「음, 문제없다. 이쪽은 막 끝난 참이라.」

「폐를 끼쳐 죄송합니다.」

「어디 보자. 아키하바라 커뮤니티의 주파수는…… 음. 이건가. ……좋아.」

 

아사다 씨가 덜컥 하고 기자재를 이리저리, 버튼을 여러 뭐로 조작하자……

 

「아ㅡ, 들립니ㅡ까.」

『아, 아, 아ー앗.(우당탕 물건이 넘어지는 소리)예옛.』

 

그 뚱보 씨의 목소리가 무전기 너머로 들렸습니다.

 

「이쪽, 미카가오카 입니다만.」

『그 목소리는…… 으음, 아, “전사” 씨인가요! 수고하심다.』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괜찮습니까?」

『괜찮슴다ㅡ』

「저어…… 지금, “던전”에서 취득한 “실적”의 보수를 확인하고 있는데.」

『실적……? 아. 앗ㅡ, 압니다압니다. 그걸로 무슨 일로?』

「뭔가, 보수가 전부 쓰레기인데요.」

『쓰레기…… 심하지 않습니까아. 그것도 열심히 한검다.』

 

아아…… 역시.

그런 건가.

 

「어라, 당신이 개인적으로 준비한 건가요?」

『물론임다? 보수 아이템은 이쪽에서 결정합니다.』

「그 만화도?」

『아, 그걸 손에 넣은 검까? 제가 대학 만연 시절에 그린 검다. 솔직히 말하자면 뭘 선택해도 같은 만화의 카피본이긴 합니다만. 그거, 개인적으론 액션 장면에 꽤 기합 넣고……』

「……그래도, “정신에 영향을 끼친다”라고 하면 뭔가 무서운 걸 뜻하는 것 같고.」

『만화는, 크던 작던 독자에게 주잖슴까?』

「…………그ㅡ럴ㅡ지ㅡ도ㅡ」

 

좋아. 그거 모닥불 재료로 쓴다.

 

「다른 “실적”에 대해서는 어떤가요?」

『네? ……음. ……글쎄요.』

 

에니시 씨가 눈을 찡그리고 떠는 모습이 눈에 선했습니다.

 

『말하자면 “왕”은 “실적” 요소 같은 거와는 관련이 없어요. 잘 표현은 못하겠지만, 모두와는 다른 별개 계열의 감각이랄까…… 혼자 전략 계열을 하고 있는 느낌이라 할까.』

「그럼, 에니시 씨가 전부 결정하는 건 아니라는 건가요?」

『예예. “왕”에게 결정할 권리가 있는 “실적”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영지” 내에서 벌어지는 일에 한정되어 있슴다.』

「그런…… 건가요.」

 

이거 가능하다면 무선기 너머가 아니라 직접 만나러 가야겠죠?

최근 며칠 동안 서로 바빠서 때를 놓쳤습니다.

 

『아버지……… 나카미치 긴가의 방침으로, 마력의 리소스는 거의 “던전”과 “마스터 던전” 관계의 구조에 쏟기로 했던지라. 그래서 제 “영지”의 “실적”은 대충한 느낌이 있다고 할까…… 기본적으로는 전부 쓰레기일지도. ……뭔가 죄송함다.』

「과연. ……참고로, “왕”이 만드는 아이템에는 제한이 없나요?」

『역시 아무것도 아닌 정도는 아니니까요, 자유도는 꽤 넓슴다. 아마 여러분이 말하는 “스킬” 능력이 베이스로, 그걸 이리저리 써먹어서 아이템을 만들어 내는…… 그런 이미지?』

「음.」

 

ㅡㅡ 모든 스킬은, “마력”이라는 부정형 에너지를 어떤 형태로든 세상에 현현하기 위한 설계도 같은 거야.

 

그렇게 말했던 건 아유카와 하루나 씨였죠.

그렇다는 건 그 “설계도”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게…… “실적” 보수 아이템… 이라는 걸까.

 

이 정보는 아마 “환생자”인 모모카 씨도 상정하지 못했으리라.

나는 입술을 へ자 모양으로 만들고선, 머리를 박박 긁어 댔습니다.

 

『라고 할까, 갑자기 무슨 일임까?』

「아뇨. ……좀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렇슴까. ……그 외에는?』

「괜찮아요.」

『그럼, 늦게까지 수고하심다.』

「네. 수고하십니다.」

 

그리고 통신이 끊어졌습니다.

아사다 씨는 지금의 암호 같은 교환을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이제 됐나?」

「네.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아아…… 잘 자라.」

 

 

방에 들어가서.

저는 팔짱을 끼고, 으무무 하고 생각에 잠겼습니다.

 

가만있자.

즉.

 

그동안 우리 “플레이어”들이 받아오던 “실적” 보수는 아마 어느 “플레이어”가 만들어 내고 있고, 그걸 우리들에게 돌리고 있다는 거죠?

그리고, 그 “플레이어”는 “왕”과 비슷하게, 꽤 특이한 직업이라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그 “직업”은…….

어쩌면 그건가.

 

ㅡㅡ “마왕”.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합니다.

“왕”에 가까운 직업이 별도로 존재할지도 모르고.

 

대체, 그 “누군가”는, 무슨 목적으로 그런 짓을 하고 있는 걸까요.

 

골똘히 생각해봤지만 결국 답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어찌됐던 세계의 진리로 한 걸음 더 가까워진 기분.

 

“실적” 보수의 치즈 쌀 과자를 갉작갉작 씹으면서, 미카가오카에서의 밤은 깊어 갔습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피곤하니 오탈자는 나중에 검사.

 

posted by 드닌 2020. 6. 20. 23:05

181 “길드”

 

 

저희는 만세이바시 위에 척 세워 둔 바리케이드까지 걸어가, 적당한 철책에 앉았습니다.

도중의 편의점에서 빌린 블랙 캔 커피를 꿀꺽 들이키고서, 담배 한 대를 피우는 료마 씨.

 

「……후. …”마스터 던전”을 나와서 좋은 건 이걸 다시 할 수 있다는 거려나.」

「그러고 보니 그게 없었네요, 담배.」

 

나도 “도박사”씨도 피우지 않았으니 전혀 의식하지 않았습니다만.

 

「그 정도로 뭐든 갖추어 있던 거니까, 담배 한 두가지 정도는 준비되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말이지.」

 

료마 씨는 정말 맛있다는 듯이 피우고서는, …바닥에 던졌습니다.

 

「『 무단 투기 금지』」

 

나는, 근처의 간판을 가리키면서 말했습니다.

 

「너, 성실하군.」

「농담입니다.」

 

그러지 않아도 주위는 쓰레기인지 뭔 지가 흩어져 있습니다.

이제 와서 함부로 버리지 말라는 거를 신경 쓰는 사람은 없죠.

 

「그럼, 어디서부터 얘기해야 하려나.」

「다른 분들…… 잇치 군은 잘 지내나요?」

 

제 머리에, 그 “강철의 검”을 거머쥐던 시건방진 소년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건강해. 너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었지. 이런, 네게 반했나 보던데.」

「하하하.」

 

농담도.

 

「다른 분들도 역시 “길드”에?」

「그렇지. ……빈털터리로 현실 세계에 돌아왔을 때는 어떻게 하나 했지만…」

「모두 함께 원래 세계로 돌아온 건가요? …그, 갸루 삼인방도 함께?」

「그래.」

「눈 호강 좀 하셨겠군요.」

「……하하. 뭐 그런가.」

 

료마 씨는 힘없이 웃었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말을 즐길 수 있는 텐션은 아닌가 보네요.

 

「그때는 엉망이었지. ……상황을 모르니 어쨌든 급히 자리를 피할 필요가 있었어. 다들 적당히 그 근처의 커튼이나 신문지 등으로 몸을 가리고 뛰어다니고. …소프트크림형 간판으로 “좀비”를 격퇴하기도 했다.」

「흠흠.」

 

어떤 그림을 상상하든 개그 만화처럼 느끼지는 건 내 성격이 비뚤어지고 있기 때문일까.

 

「한참을 달린 뒤에 간신히 찾아낸 부티크에서 옷을 손에 넣고… 막 한숨을 돌린 차에 “길드”의 멤버가 나타난 거야.」

「그것 참 타이밍 좋지 않습니까.」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아무래도 이 자들, 아키하바라에서 일어난 일을 계속 관찰하고 있던 모양이야. 그리고 탈출한 플레이어들에게 각각 사자를 보냈다. 『우리들의 동료가 되지 않겠어?』라고.」

 

……

흐음.

그렇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요.

음. 지금은 깊이 생각하진 않겠습니다.

 

「참고로 접촉한 “길드”의 사람은 어떤 분이었나요? 직업은?」

 

그러자 료마 씨는 조금 방심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미안하지만, 나는 이제 “길드”의 일원이다. 동료의 정보는 말할 수 없어.」

 

어라, 아쉽네.

 

「물론, 처음에는 우리도 경계했다. ……하지만 그들은 실로 흥미로운 정보를 갖고 있었어. 신뢰할 만했지.」

「헤ㅡ」

 

그리고 료마 씨는, 잔뜩 뜸을 들이면서…… 세계의 진리를 말하는 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무래도ㅡㅡ “길드”의 동료 중에는 “환생자”라 불리는 자가 있는 모양이야.」

「……………”환생자”?」

「그래. 일단 이 “종말”을 경험했다는 자. 게임같이 말하자면 “강하게 뉴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인 거군.」

 

저는 일순간 말을 잃었습니다.

도야 얼굴을 만들고선,

 

ㅡㅡ그 “환생자” 씨의 일이라면 이미 알고 있답니다.

 

라고 답할 수도 있었겠죠.

그래도 뭐, 관련된 정보는 아직 감춰둡니다.

굳이 말할 필요는 없겠지.

 

「허, 헛! 설마, 그럴, 리, 가」

「……왠지 말투가 어색한데. 믿지 못하겠나?」

「아뇨, 믿고 있어요. 이제 와서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이상하지 않고.」

「?……그렇다곤 해도 처음에는 우리도 반신반의 했지. 하지만 몇 가지 우리가 아니고선 알 수 없는 정보를 알고 있었거든. 믿기로 했다.」

「가령?」

「동료…… 의 배에 아이가 있다. 내 자식이야. “환생자”는 이전 삶에서 나와 알고 지냈던 모양이더군. 그런 사정을 잘 알고 있었어.」

「……헤에.」

 

라고 할까. 이 사람, 그런 상황에서도 할 건 한겁니까.

담배만이 아니라 콘돔도 준비했어야 했네. 에니시 씨.

 

「이런 세상이다. 가급적 정보가 많은 팀에 소속하는 게 살아남는 방법이니까.」

「그렇죠.」

「…그래서. ……”길드” 상층부 사람들은 아무래도 아직은 서쪽으로 기능을 옮기고 있는 일본 정부와 연락을 주고받는 것 같다. 정부는 어떻게든 국토를 “좀비”와 “괴물”들의 손에서 되찾으려 하고 있어.」

「엑.」

 

저는 눈을 동그랗게 떴습니다.

 

「이 나라의 정부가 아직도 기능하고 있었나요?」

「그래. 지금은 “좀비” 대책을 위해 장대한 방벽을 만들고 있는 중이라더군.」

「진짠가요?」

「정말이래도.」

 

틀림없이 이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좀비 아일랜드 일 줄 알았는데.

 

「“마스터 던전”에 오래 머무른 폐해다. 이런 정보는 어느 정도는 라디오 방송으로 나돌고 있었어. 몰랐던 건 우리뿐이야.」

「그럼 한시라도 빨리 피난민들을 서쪽으로 이주시키는 건요? 헬기로 조금 씩이라도 일단 이동이 가능하다면……」

「그게 말이지, 정부는 그럴 생각이 없어.」

「…그 이유는?」

「이유는 두 가지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우리 동쪽 사람들을 믿지 않아. 무슨… 이상한 마술에 의해 오염된 생명체… 미국 만화 식으로 말하자면 “뮤턴트”처럼 느끼고 있다.」

「뭐라고요.」

 

눈이 동그랗게 떠집니다.

 

「그게 무슨……」

「아무래도 이ㅡㅡ <발화>.」

 

료마 씨의 집게 손가락에서 라이터 정도의 불이 켜집니다.

그는 그걸 이용해 다른 담배에 불을 붙였습니다.

 

「……”플레이어”로서 힘을 얻은 사람은 간사이 권에서는 별로 없는 모양이야.」

「그렇다는 건…」

 

욱신욱신해진 관자 놀이를 누르면서, 말을 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아무 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또 하나. ……지금 동쪽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어차피 예정된 국토 수복 작전의 발판이 되어 주라는 거다.」

「……예에에에에……」

 

언제 “괴물”이 닥칠지도 모르는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그냥 두는 데다가, 모두의 힘을 빌리자고 한다니.

……아무리 그래도, 너무 뻔뻔한 게 아닌지.

 

「뭘 말하고 싶은 지는 알아. 나도 똑같은 말을 “길드” 멤버들에게 했으니까. 『그만큼 사람들도 여유가 없다는 거야』, 라던데.」

「흠……」

 

음… 자위대는 괴멸했다는 얘기도 들었고, 남은 전력으로는 그게 한계일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뭐라고 해야 할까…

더 이렇게 잘할 방법, 없는 건가ㅡ?

이거 현장에 있는 사람들 특유의 느낌인가요?

 

「어쨌든 정부가 바라는 건 피난민 공동체의 안정과 강화다. “길드”도 그걸 전력으로 지원할 거야.」

 

왠지 아케치 씨나 오다 씨 근처가 반란을 일으킬 것 같은데.

야단났네.

…이 정보는, 잠시 모두에게는 비밀로 해두자.

 

「“길드”의 당면한 목표는 곳곳에 있는 커뮤니티에 “플레이어”를 파견하고, 피난민들과 함께 치안을 되찾는 거다. 그 후, 간사이 권에서 파견 나온 자위대와 협력하여 “좀비”와 “괴물”을 일소할 준비를 해 내가는 거지.」

「그래도,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는 거군요?」

「아아…… 한 달 후일지, 반 년 후일지. 혹은 일 년 후일지도 몰라. 그래도 국토의 절반을 “좀비”들의 소굴로 놔둬서는 안 되잖아?」

 

그건 뭐, 그렇습니다만.

 

「만약 네가 “길드”에 들어와 준다면 그렇게나 든든한 아군은 없을 거다. 너 정도의 실력이라면 “괴물”이라도 무섭지 않을 거고…… 피난민들의 트러블에도 대응할 수 있겠지. 물론 “길드”도 힘껏 너를 지원한다. 미카가오카를 비롯한 커뮤니티에도 유능한 “플레이어”를 파견하기로 약속하지.」

「흐음.」

 

저는 팔짱을 끼고 생각합니다.

 

ㅡㅡ이제 너…… 좀 쉬어도 되잖아?

 

그것은 히비야 노리오 씨의 말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제안이었습니다.

저는 조금 생각하고선,

 

「지금은 조금 할 일이 있어서, 답변을 보류해도 되나요?」

「상관없어. ……라기보단 원래 우리는 네게 무언가를 강제할 힘이 없지. 그러니까 이건 단순한 부탁이다. 『도와달라』라는.」

 

그렇게 료마 씨는 일어서서

 

「삼 일 후, 미카가오카 고등학교로 가지. 그때까지 마음을 정해준다면 좋겠어.」

「알겠습니다.」

 

바리케이드의 앞까지 걸어갔습니다.

 

거기서 저는, 텔레비전에서 배운 “형사 콜롬보식 협상술”을 발동했습니다.

헤어질 때는 마음이 느슨해짐으로 얼떨결에 중요한 정보를 흘려 버리기 십상이다, 라는 그거.

 

「아, 뭐 하나 물어봐도 되나요.」

「뭐냐.」

「료마 씨는 “환생자”씨와…… 음. 직접 만난 적 있나요?」

「아니, 만나지 못했어. 우리는 “길드”의 멤버에게서 간접적으로 이야기를 들은 것뿐이야.」

 

뭐, 그렇겠죠.

료마 씨, 아까 “환생자”의 이름을 말하면서도 별로 깊게는 모른다는 느낌이었고.

틀림없이 그에게 주어진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겠지요.

 

「그럼, 그 사람이 어떤 느낌의 “플레이어”인지는 묻지 않았다는 거네요.」

「그렇지. 다만 귀신같이 강하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그 사람은…… 그. 건강한가요.」

 

그러자 료마 씨가 살짝 얼굴을 찡그렸습니다.

 

「……그렇군. 아마 너도 곧 알게 될 테니 먼저 말해두지.」

「뭔가요?」

「“환생자”는 지금 죽어가는 모양이다. 어딘가의 “플레이어”와 싸운 끝에 마력 고갈을 일으키고 “좀비”에게 물렸다는데.」

「에. ……그렇다는 건 즉, 여생이 얼마되지 않는다는 거네요.」

「그게, 아슬아슬할 때 “길드”의 멤버에게 도움을 받은 모양이야. 지금은 마법으로 “좀비”화의 진행을 억누르느라 말하는 게 겨우 인 듯해.」

「……괜찮은 건가요.」

「모르겠군. 다만 한 가지 말한다면, “좀비” 독을 중화시킬 아이템을 수중에 갖고 있다면 “길드”와 “환생자”에게 은혜를 팔 기회라는 거 정도군.」

 

그렇게 말하고, 그는 바리케이드를 껑충 뛰어넘어 가버렸습니다.

혼자 만세이바시 위에 남아.

 

ㅡㅡ모모카 씨……

 

눈썹을 내리고선, 그녀의 얼굴을 떠올립니다.

이 사태, 좀처럼 “편하게”는 안 될 모양이네요.

 

그렇다 하더라도,

친구를 배신하느니, 조금 어려움이 기다리는 길을 택하더라도…… 나쁘진 않으, 려나.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더워서 축축 처집니다... 이게 날씨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