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드닌 2020. 6. 30. 02:12

182 세계의 진리에 또 한 발

 

특별히, 그 다음에 특필한 만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모두와 합류해 처음 타보는 전차에 떨리면서, 통행에 방해되는 “좀비”들을 끝내버리고.

 

도중의 한가한 시간은 “마인화” 상태로 하늘을 나는 연습에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곤 해도 아직 연습이 더 필요해 보이긴 해도 말이죠ㅡ.

 

그 뒤 아무 일도 없이 미카가오카 고등학교에 도착한 건…… 저녁 무렵일까요.

 

돌아오자 마자, 모두 엄청 환대해줬습니다.

예에, 그게 정말 제가 다 민망해질 정도로.

마치 올림픽 선수를 영접한 현지 학교라는 느낌.

그렇게 거창한 건 아닌데요ㅡ.

 

그리고, 세 시간 정도 학교를 어슬렁거린 후 저녁 식사가 시작됐습니다.

그날의 식사는ㅡㅡ 아무래도 피난민 아주머니들이 기량을 선 보여 평소보다 더 호화로운 걸 내준 것 같습니다.

 

시푸드 도리아에 그릇 가득한 페페론치니.

말랑말랑한 계란 부침에 갓 따온 야채 샐러드와 비엔나 춘권.

그 후는 “포식자의 고기 자르는 칼”로 썰어진 소고기 스테이크를 산더미나.

 

가장 놀라웠던 건 계란 요리가 나왔다는 걸까요.

 

「이건 무슨 알인가요……? 유통 기한은……?」

 

조심스럽게 묻자, 스즈키 선생님은 껄껄 웃으시고서는

 

「안심하렴, 막 낳은 거니까. 이치예대(이치모토 예술대학의 약자)에서 살아 있는 암탉을 보내서 말이야. 지금도 뒷마당에서 열 세 마리 정도 키우고 있어.」

「엣, 뭐예요 그게. 보고 싶은데요.」

「하하하. 내일 보여주마.」

 

아무래도 제가 없는 동안 생활은 점점 나아지던 모양입니다.

듣기로는 그건 네리마나 항공 공원, 이치모도 예술대학도 마찬가지라는 걸로.

이후…… “괴물”의 위협마저 없어진다면, 분명 이 커뮤니티는 오랫동안 가 줄거라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러니까, 그럼으로. 역시,

더 불행한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ㅡㅡ 제 힘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로 옮길 때가 왔는 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힘을 가진 자의 운명인가…… 라는 농담도 해보고.

조금 시를 읽고 싶은 기분에 젖기도 하고.

 

 

제가 잠자리로 쓰던 교실은 그대로 있었습니다.

그립던 “책상 침대”에 눕고서

 

「그럼…… “실적”, 할까요.」

 

어어어어어엄청 오랜만에 “실적”으로 주는 아이템을 받기로 했습니다.

가능하다면 더 빨리 받고 싶었는데, “마스터 던전” 내에서는 “실적” 아이템을 받을 수 없었으니까요. 미묘하게 타이밍을 놓친 상태, 라 할까.

 

음음.

아직 보수를 받지 않은 “실적”은…… 확실히……(메모를 꺼냈다).

 

“좀비가 보는 악몽” …… 린네 씨의 커뮤니티를 도왔을 때의 녀석.

“구세주” …… 위와 동일.

“해독과 구명” …… 린네 씨의 아버지를 도왔을 때의 녀석.

“쥐 왕의 토벌” …… 던전으로 챙긴 녀석.

“원숭이 왕의 토벌” …… 던전으로 챙긴 녀석.

“움직이는 갑옷의 토벌” …… 던전으로 챙긴 녀석.

“혁명” …… 나카미치 긴가 씨를 쓰러뜨린 때 챙긴 녀석.

 

참고로, 던전 안에서 취득한 “실적” 중 몇몇이 빠진 건, 그 보스에게 가장 큰 타격을 준 “플레이어”에게 “실적” 해제의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즉, 몇몇 적 보스 토벌의 “실적”은 하쿠이 이로하 쨩이 얻게 되는…….

 

ㅡㅡ 와라아아아아! 이로써 여섯 마리 째다아!!

ㅡㅡ 나ㅡ의 승리네!

ㅡㅡ 에헤헤ㅡ

 

문득, 그 당시 그녀의 목소리가 뇌리에서 되살아났습니다.

 

……음. 힘드네.

울 것 같아.

……나중에 목욕, 들어간다.

 

「그럼, “좀비가 보는 악몽”부터ㅡ」

 

ㅡㅡ 실적 “좀비가 보는 악몽”의 보수를 고르세요.

ㅡㅡ 1. 시작형 대(対)좀비용 로봇

ㅡㅡ 2. 시작형 대(対)인용 로봇

ㅡㅡ 3. 시작형 대(対)동물용 로봇

 

ㅡㅡ “시작형 대(対)좀비용 로봇”은 반경 오 미터 이내로 접근한 “좀비”에 대해 자동적으로 발포하는 기능을 갖춘 자동 조종의 기계입니다.

ㅡㅡ “시작형 대(対)인용 로봇”은 반경 오 미터 이내로 접근한 인간에 대해 자동적으로 발포하는 기능을 갖춘 자동 조종의 기계입니다.

ㅡㅡ “시작형 대(対)동물용 로봇”은 반경 오 미터 이내로 접근한 인간형이 아닌 동물에 대해 자동적으로 발포하는 기능을 갖춘 자동 조종의 기계입니다.

 

으음.

분명히 이쪽 “실적” 보수에 관해서는 한 가지 모모카 씨의 조언이 있었던 것 같은데……

뭐, 이건 딱히 생각할 필요도 없습니다만.

 

「대(対)좀비용으로.」

 

가샹 하고 소리를 내며 나타난 것은, 배팅 센터에 있는 피칭 머신 소형판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장난감 같은 기계.

……응. 내일 아사다 씨에게 말씀드려 적당한 장소에 설치되게 하자.

 

「다음.」

 

ㅡㅡ 실적 “구세주”의 보수를 고르세요.

ㅡㅡ 1. 지혜자의 안구

ㅡㅡ 2. 철새의 날개

ㅡㅡ 3. 광전사의 혼백

 

ㅡㅡ “지혜자의 안구”는 자신의 눈에 삽입함으로써 뇌에 영향을 주며, 새로운 지식의 문을 열게 됩니다.

ㅡㅡ “철새의 날개”는 사용하는 순간 반경 5 킬로 권내라면 어디든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는 날개입니다. 한 번 사용하면 없어집니다.

ㅡㅡ “광전사의 혼백”은 사용함으로써 주위를 분별없이 공격하는 레벨 50짜리 “플레이어”의 영혼을 소환합니다. 한 번 사용하면 없어집니다.

 

이것도 심하네.

거의 날개 선택지만 있는 거 아닌가 이거?

 

…… 라고 생각했지만 일단 이건 보류하기로.

의외로, “광전자의 혼백” 같은 게 쓸모가 있을 지도 모르고.

어느 쪽이든 원하게 될 때는 언젠가 옵니다. 서두를 필요는 없겠지요.

 

「다음ㅡ」

 

ㅡㅡ 실적 “해독과 구명”의 보수를 고르세요.

ㅡㅡ 1. 마법의 열쇠

ㅡㅡ 2. 하늘을 나는 구두

ㅡㅡ 3. 시간의 모래

 

ㅡㅡ “마법의 열쇠”는 사용함으로써 잠겨진 문을 열 수 있는 열쇠입니다. 열쇠 구멍이 없는 문에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ㅡㅡ “하늘을 나는 구두”는 신음으로써 십 미터 정도 비상할 수 있는 구두입니다. 한 번 사용하면 없어집니다.

ㅡㅡ “시간의 모래”는 뿌림으로써 시간을 십 초 정도 되감을 수 있는 모래입니다. 한 번 사용하면 없어집니다.

 

아ㅡ.

이것도 큰일이네, 잘 모르겠다.

모모카 씨의 추천은 “마법의 열쇠”였습니다만, 이것도 보류하는 편이 무난하겠죠?

“시간의 모래”, 경우에 따라서는 많은 도움이 될지도 모르고…….

음. 후회하고 싶지 않으니까, 이것도 보류로.

 

ㅡㅡ 실적 “쥐 왕의 토벌”의 보수를 고르세요.

ㅡㅡ 1. 우정을 주제로 한 단편 만화

ㅡㅡ 2. 노력을 주제로 한 단편 만화

ㅡㅡ 3. 승리를 주제로 한 단편 만화

 

ㅡㅡ “우정을 주제로 한 단편 만화”는 읽는 것으로 정신에 영향을 주고 타벌적인 사고를 억제합니다.

ㅡㅡ “노력을 주제로 한 단편 만화”는 읽는 것으로 정신에 영향을 주고 소극적인 사고를 억제합니다.

ㅡㅡ “승리을 주제로 한 단편 만화”는 읽는 것으로 정신에 영향을 주고 패배주의적인 사고를 억제합니다.

 

우와, 이게 뭐야.

아니 용서해줍쇼?

“정신에 영향을 끼친다”계는 은근히 두려운데. 스스로가 스스로가 아니게 될 것만 같다.

 

「필요 없어. ……그래도 일단 우정으로.」

 

펄럭, 하고. 『원○스』 같아 보이는 얇은 책이 로봇의 머리 위에 낙하합니다.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어 안쪽은 보지 않고 표지만 봤지만, 작화가 엄청 구린 카피본이었습니다. 누가 그린 거야 이거.

 

「그럼 다음. 원숭이 왕으로.」

 

ㅡㅡ 실적 “원숭이 왕의 토벌”의 보수를 고르세요.

ㅡㅡ 1. 치쿠와 어묵에 치즈를 넣은 거 다섯 개

ㅡㅡ 2. 치쿠와 어묵에 오이를 넣은 거 다섯 개

ㅡㅡ 3. 사제 오로라 소스 한 팩

 

「……응?」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움직이는 갑옷”은?」

 

ㅡㅡ 실적 “움직이는 갑옷의 토벌”의 보수를 고르세요.

ㅡㅡ 1. 대장편 도라에몽 전집 세트

ㅡㅡ 2. 굉장히 레어한 오공x부르마 동인지

ㅡㅡ 2. 치즈 쌀 과자 다섯 봉지

 

「잠깐. 잠깐잠깐잠깐잠깐」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고선, 일어섰습니다.

뭣ㅡ시라.

이런 보수를 준비할 만한 사람에는 짚이는 게 있습니다.

 

일단 재빠르게 아래층으로 가, “방송실”이라 간판이 내걸린 문을 노크.

 

「이런, 흔치 않은 손님이군.」

 

안에 있던 건 아사다 고조 씨였습니다.

아무래도 다른 커뮤니티와 연락을 하던 중이었던 것 같습니다.

 

「바쁜 때에 죄송하지만, 나카미치 에니시 씨에게 연락할 수 있을까요?」

「음, 문제없다. 이쪽은 막 끝난 참이라.」

「폐를 끼쳐 죄송합니다.」

「어디 보자. 아키하바라 커뮤니티의 주파수는…… 음. 이건가. ……좋아.」

 

아사다 씨가 덜컥 하고 기자재를 이리저리, 버튼을 여러 뭐로 조작하자……

 

「아ㅡ, 들립니ㅡ까.」

『아, 아, 아ー앗.(우당탕 물건이 넘어지는 소리)예옛.』

 

그 뚱보 씨의 목소리가 무전기 너머로 들렸습니다.

 

「이쪽, 미카가오카 입니다만.」

『그 목소리는…… 으음, 아, “전사” 씨인가요! 수고하심다.』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괜찮습니까?」

『괜찮슴다ㅡ』

「저어…… 지금, “던전”에서 취득한 “실적”의 보수를 확인하고 있는데.」

『실적……? 아. 앗ㅡ, 압니다압니다. 그걸로 무슨 일로?』

「뭔가, 보수가 전부 쓰레기인데요.」

『쓰레기…… 심하지 않습니까아. 그것도 열심히 한검다.』

 

아아…… 역시.

그런 건가.

 

「어라, 당신이 개인적으로 준비한 건가요?」

『물론임다? 보수 아이템은 이쪽에서 결정합니다.』

「그 만화도?」

『아, 그걸 손에 넣은 검까? 제가 대학 만연 시절에 그린 검다. 솔직히 말하자면 뭘 선택해도 같은 만화의 카피본이긴 합니다만. 그거, 개인적으론 액션 장면에 꽤 기합 넣고……』

「……그래도, “정신에 영향을 끼친다”라고 하면 뭔가 무서운 걸 뜻하는 것 같고.」

『만화는, 크던 작던 독자에게 주잖슴까?』

「…………그ㅡ럴ㅡ지ㅡ도ㅡ」

 

좋아. 그거 모닥불 재료로 쓴다.

 

「다른 “실적”에 대해서는 어떤가요?」

『네? ……음. ……글쎄요.』

 

에니시 씨가 눈을 찡그리고 떠는 모습이 눈에 선했습니다.

 

『말하자면 “왕”은 “실적” 요소 같은 거와는 관련이 없어요. 잘 표현은 못하겠지만, 모두와는 다른 별개 계열의 감각이랄까…… 혼자 전략 계열을 하고 있는 느낌이라 할까.』

「그럼, 에니시 씨가 전부 결정하는 건 아니라는 건가요?」

『예예. “왕”에게 결정할 권리가 있는 “실적”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영지” 내에서 벌어지는 일에 한정되어 있슴다.』

「그런…… 건가요.」

 

이거 가능하다면 무선기 너머가 아니라 직접 만나러 가야겠죠?

최근 며칠 동안 서로 바빠서 때를 놓쳤습니다.

 

『아버지……… 나카미치 긴가의 방침으로, 마력의 리소스는 거의 “던전”과 “마스터 던전” 관계의 구조에 쏟기로 했던지라. 그래서 제 “영지”의 “실적”은 대충한 느낌이 있다고 할까…… 기본적으로는 전부 쓰레기일지도. ……뭔가 죄송함다.』

「과연. ……참고로, “왕”이 만드는 아이템에는 제한이 없나요?」

『역시 아무것도 아닌 정도는 아니니까요, 자유도는 꽤 넓슴다. 아마 여러분이 말하는 “스킬” 능력이 베이스로, 그걸 이리저리 써먹어서 아이템을 만들어 내는…… 그런 이미지?』

「음.」

 

ㅡㅡ 모든 스킬은, “마력”이라는 부정형 에너지를 어떤 형태로든 세상에 현현하기 위한 설계도 같은 거야.

 

그렇게 말했던 건 아유카와 하루나 씨였죠.

그렇다는 건 그 “설계도”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게…… “실적” 보수 아이템… 이라는 걸까.

 

이 정보는 아마 “환생자”인 모모카 씨도 상정하지 못했으리라.

나는 입술을 へ자 모양으로 만들고선, 머리를 박박 긁어 댔습니다.

 

『라고 할까, 갑자기 무슨 일임까?』

「아뇨. ……좀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렇슴까. ……그 외에는?』

「괜찮아요.」

『그럼, 늦게까지 수고하심다.』

「네. 수고하십니다.」

 

그리고 통신이 끊어졌습니다.

아사다 씨는 지금의 암호 같은 교환을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이제 됐나?」

「네.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아아…… 잘 자라.」

 

 

방에 들어가서.

저는 팔짱을 끼고, 으무무 하고 생각에 잠겼습니다.

 

가만있자.

즉.

 

그동안 우리 “플레이어”들이 받아오던 “실적” 보수는 아마 어느 “플레이어”가 만들어 내고 있고, 그걸 우리들에게 돌리고 있다는 거죠?

그리고, 그 “플레이어”는 “왕”과 비슷하게, 꽤 특이한 직업이라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그 “직업”은…….

어쩌면 그건가.

 

ㅡㅡ “마왕”.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합니다.

“왕”에 가까운 직업이 별도로 존재할지도 모르고.

 

대체, 그 “누군가”는, 무슨 목적으로 그런 짓을 하고 있는 걸까요.

 

골똘히 생각해봤지만 결국 답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어찌됐던 세계의 진리로 한 걸음 더 가까워진 기분.

 

“실적” 보수의 치즈 쌀 과자를 갉작갉작 씹으면서, 미카가오카에서의 밤은 깊어 갔습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피곤하니 오탈자는 나중에 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