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드닌 2020. 7. 11. 14:55

183 그 바보는 황야를 목표로 했다

 

 

약속의 날. 새벽.

미카가오카 고등학교 옥상에서.

 

저는 요 며칠 간의 일을 애니메이션 총집편처럼 되돌아보고 있습니다.

 

스즈키 아야카 선생님께서 사육장 안의 닭을 보여준 일이나.

키미 아스카 양이 만든 비지 쿠키를 대접받은 일이나.

콘노 린타로 군과 차 밑에 숨은 “좀비”를 정리하며 찾아다닌 일이나.

타다 리츠코 양과 사람의 기척이 없는 상가에서 데이트를 한 일이나.

히비야 코우스케 군이 리크돔 프라모델을 보여준 일이나.

아사다 리카 쨩과 걸즈 토크를 한 일이나.

제 방이었던 곳을 깨끗이 청소한 일이나.

옆집의ㅡㅡ 다나카 씨의 썩어 부패해가는 시신을 제대로 매장한 일이나.

 

여기서의 생활은 정말 행복했습니다.

기묘한 이이갸지만ㅡㅡ 저는 인류가 멸망하고 나서야 처음으로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행복을 찾은 건지도 모릅니다.

 

이미 말한 대로, 제게는 가족이라 부를 자들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여기 있는 여러분들과의 유대를 특별하게,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 자신이 죽고 싶지 않은 만큼이나, 나는 이곳의 그 누구도 죽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러니까.

저는 혼자, 무릎을 끌어 앉은 채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으으으으으음.」

 

한심할 정도로 저는ㅡㅡ 어느 정도 마음을 정한 지금도 아직 고민하고 있습니다.

기분은 마치, 친구인 세리눈티우스의 곁으로 달려가야… 하지만, 내키지 않아 고향에서 꾸물거리는 메로스 같다고 해야 할까.

 

애초에 제가 타인의 행복을 위해 힘을 다해야 할 이유가 뭘까요?

제 행복은 이곳에 있는데.

내가 있을 곳을 팽개치면서까지 그쪽에 가야하는 건, 어째설까요.

 

“길드”는 아주 우수한 “플레이어”를 이곳에 파견하겠다고 보증하고는 있지만, 그 “플레이어”들이 모두 잘 해낼지도 불안하고.

 

「흠……」

 

턱을 괴고서, 미카가오카를 바라보고.

왠지, 한 고비 고비 마다 이렇게 망설이는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저, “길드”에 들어간다는 건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습니다.

반드시 반대 할테니까요ㅡ. 모두 친철하니까.

…아니.

사사키 선생님은 「가.」라고 말하려나. 그 사람, 그런 면도 있고.

 

필시, 저는 앞으로 많은 불행을 보게 되겠지요.

 

ㅡㅡ 목을 묶은 아이들.

ㅡㅡ 사랑하는 사람을 저버린 가족.

ㅡㅡ 인육을 먹는 커뮤니티.

ㅡㅡ 제정신이던 사람이 실성하는 순간.

 

하지만…… 제 안의 무언가가 외치고 있습니다.

멈춰서서는 안 돼.

이 자리에서 멈추면, 나는 분명 다시는 달릴 수 없게 되겠지.

누군가를 계속해서 지키려면, 따뜻한 이불에서 나와 황야로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금속질의 문이 열리는 소리.

 

「여어.」

 

료마 씨가 한 손을 들면서 나타났습니다.

 

「안녕하세요. 찾느라 헤매셨나요?」

「아니.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서 금세 알 수 있었어.」

「그런가요.」

「좋은 곳이네, 여긴. ……요즘은 다른 사람을 보면 도둑으로 생각하는 게 보통이지. 그런데 아무도 나를 의심하지 않더군.」

「과연 그럴까요. 당신 APP 수치가 높으니까 나쁜 사람이라 생각되지 않은 것뿐이 아닌지?」

「에피피?」

「Appearance(외모)의 약자로… 아, 아니. 역시 모르는 게 낫겠습니다.」

 

아쉽군, TRPG적으로 돌아가는 건 아니었던 건가.

 

「…뭐, 됐어. 곧바로라 미안하지만, 먼저 결론부터 들려줄 수 있을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건 고맙군.」

「단, 그 전에 제가 떠난 뒤에 커뮤니티에 파견된다는 “플레이어”에 대해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만.」

「당연한 요구네.」

 

그렇게 말하면서 료마 씨는 수첩을 꺼내어,

 

「일단 “길드”에 가입해 주는 경우, 너와 관계가 깊은 커뮤니티… 미카가오카 고등학교를 중심으로 하는 것, 네리마 역을 중심으로 하는 것, 항공 공원을 중심으로 하는 것, 이치모토 예술 대학을 중심으로 하는 것, 이렇게에 “플레이어”를 각 두 명씩 파견하게 된다.」

 

저에게 그 내용을 보여줬습니다.

 

「여기에 각 “플레이어”의 이름과 직업을 적어놨어. 확인해 봐.」

「아직 동료가 되겠다고 말하진 않았습니다. 동료 정보의 취급은 조심스러워야 하는 게 아닌 게?」

「물론 허가는 받았어. 위험은 각오하고 있다. 그만큼 “길드” 상층부는 네 능력을 높이 샀다고 생각해줬으면 하는데.」

「음……」

「일단 나도 이 정도의 정보를 갖추는 데에 고생했다고. 덕분에 이 사흘 간 여기저기 뛰어다녔다.」

「수고하십니다.」

 

저는 대충 수첩의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미카가오카 고등학교 커뮤니티]

사카모토 루츠: “격투가” 레벨 57

“길드” 고참 중 한 사람. 나이는 25 정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미인. 여자로서는 드물게 소림사식 가라데의 대리 사범을 맡고 있었어서, “종말” 후에도 한동안 “플레이어”의 힘의 보조 없이 사람을 구하고 다녔다고 하니 골수 무투파이다.

원래는 사이타마에서 활약하고 있었지만, 길드 마스터의 요청에 응해 지금은 여기까지 온 듯하다.

 

아사이 신야: “기적사” 레벨 28

나랑 비슷한 시기에 가입한 “길드” 신인. 아늑한 남자다. 나이는 고등학생 정도? 소셜 게임을 좋아했던 것 같아, 세계를 원래대로 되돌리고 나서는 다시 가챠를 돌리는 게 목표라고 한다.

 

 

[네리마 역 커뮤니티]

마츠무라 와카히토: “전승사” 레벨 78

보기에는 조금 그렇지만 남에게 친절을 베푸는 게 보람인 것 같은 부드러운 남자다. 나이는 아마도 사십 초반대라고 생각된다.

그는 “길드”에서 가장 신뢰하는 “플레이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직접 “전승사”는 요컨대 “정령사”의 상위 호환 같다.

듣기로는 그는 정령을 사역한 스킬을 이용해 거점을 강화하는 것에 꽤 능숙한 것 같다.

아무래도 네리마 역은 방어력이 떨어지는 커뮤니티 같으니까, 그가 가는 게 좋을 거라는 게 “길드” 상층부의 판단이다.

 

고노 키즈나: “마법사” 레벨 28

키즈나 쨩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네. 수줍은 건지, 나랑은 잘 대화를 안 해줘서 말이지. 나이는 14-5 정도?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마법사”는 어떤 나쁜 짓을 하지 않으면 취득할 수 없는 타입의 직업이다. 그래서 나는 그녀와 제대로 대화를 해보고 싶었는데…….

하지만, 네리마 역 커뮤니티에는 마츠무라 씨가 붙었다. 문제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확신하지.

 

 

[항공 공원 커뮤니티]

킨죠 료마: “사수” 레벨 35

나야.

일단 “길드”의 허가를 받아 동료 여성 “플레이어”를 넷, 데리고 갈 생각이다.

기억하고 있나? “마스터 던전”에서 만난 그 네 명이야.

다만, 그녀들을 전투원으로 생각하진 않았으면 좋겠군. 알다시피, 용맹스러운 동작을 잘하는 타입은 아니야.

 

우메다 쥬조우: “사수” 레벨 62

“길드” 고참 중 한 사람. 백만 년 산 듯한 신선 같은 풍모의 노인. 솔직히 좀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의 사람이지만, 분명 잘 해낼 거다. 나는 노인들이 좋아하니까 말이지.

 

 

[이치모토 예술대학 커뮤니티]

코바야시 이치타카: “전사” 레벨 39

잇치는 너도 알지?

그 녀석, 그때부터 너를 따라잡고자 꽤 열심히 하고, 여러 곳에서 자율적으로 레벨 업…… 사람들을 구하고 다니는 모양이야.

일단 나랑 잇치는 항상 연락을 주고받고, “길드”에 가입한 지금도 무슨 일이 일어나면 서로 곧바로 도울 수 있도록 하고 있어.

 

토르 블라디미르: “팔라딘” 레벨 78

토르는 핀란드의 유학생으로 나이는 20이다.

일본을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오타쿠로, 일본어 회화도 거의 문제가 없어.

직업은 “팔라딘”인 것 같다.

자세한 건 나도 알 수 없었지만 동료를 지키는 데에 특화된 스킬이 많은 것 같더군.

카르마도 “선”이고, 조금만 대화해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착한 놈이다.

 

 

「음……」

 

쾅, 하고 료마 씨의 글씨가 빼곡하게 늘어선 수첩을 닫습니다.

 

「한 가지만 말할게요.」

「뭐냐?」

「“이치모토 예술대학” 커뮤니티에는 성깔이 있는 사람들이 많으니, 탄탄한 어른 누구 한 명 더 붙여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러지. 그 조건에 맞게 수배하겠다.」

 

……아. 즉답인가.

 

저는 조금 얼굴을 찌푸렸습니다.

왜나하면, “길드”의 멤버 층이 생각보다 컸기 때문에.

제 레벨이 85이니, 생각보다 근접해 온 “플레이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역시 몇 달 간 레벨을 올리지 못한 게 나타나고 있는 건가?

 

그래도 저는 “마스터 던전”으로 단련한 경험이 있습니다.

결코 전투력에서 뒤처질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만약 “길드”와 적대하게 될 경우 매우 신중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게 된 건 틀림없었습니다.

물론 현재로선 그럴 생각은 없지만…….

 

선의로 시작된 행동에 의해 비극이 생긴다는 것도 흔히 있는 이야기입니다.

 

……뭐,

 

미래에 대해서 끙끙 생각하고만 있어도 별 수 없지만요.

 

「알겠습니다.」

 

이것이 금단의 과실이 아니기를 빌면서.

 

「……당신들의 “길드”에 가입합니다. 그러니ㅡㅡ」

 

ㅡㅡ “끝내는 자”가 길드『명칭 미설정』에 가입 신청을 했습니다.

 

그리고 몇 초 뒤

 

ㅡㅡ 길드『명칭 미설정』의 마스터가 “끝내는 자”의 가입을 허용했습니다.

ㅡㅡ “끝내는 자”는 앞으로 길드에서 나오는 퀘스트를 수리할 수 있습니다.

ㅡㅡ 또 길드 멤버끼리는 염화(텔레파시)가 가능하게 됩니다.

 

「염화?」

 

머리에 ?마크를 띄우고 있자, 그것에 화답하듯 몇 명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ㅡㅡ 최강 멤버의 가입 떴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ㅡㅡ 히야아아앗호호호호호호홓호호호호우ㅜㅇ우우!

ㅡㅡ ㅎㅇ요! 끝내는 자! ㅎㅇ요!

ㅡㅡ 우리는 자네를 환영하네.

ㅡㅡ 잠깐마뇨 여러분, 아침부터 큰 목쏘리, 내지마라주세요…….

ㅡㅡ ㅈ, 저, 키, 키, 키즈나라고 해요, 자, 잘 부탁드립니다!

ㅡㅡ 나는 사카모토 루츠야! 잘 부탁합니다!

 

등등.

 

「……우와. 갑자기 머리 속이 시끄럽다…」

 

단 몇 초만에 삐쩍 수척해진 기분.

료마 씨는 이케멘 얼굴로 「하하하」 웃고서는,

 

「안심해. 지금 뿐이야.」

「그렇다면 다행입니다만… 뮤트 기능 있죠, 이거?」

「아쉽지만 그런 건 없어. 목소리가 시끄러운 경우 위의 사람들에게 말하면, 길드 마스터에게서 주위를 받게 돼.」

「게엑ㅡㅡ」

 

위험한 타입의 SNS에 가입한 기분인데~

 

저는 최대한 입술 끝을 경직시키면서

 

「아, 음……」

 

감각적으로는 “노예”인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죠.

 

(아, 테스트 테스트. 여러분 안녕하세요. 초라한 “전사”지만 이후 잘 부탁드림다.)

 

라 하자 노도의 기세로 “처음 뵙겠습니다”라고 자기 소개의 러시가.

…그렇게 목소리와 이름만 차례로 들어도 역시 못 기억합니다.

 

동아리 활동이나, 들어간 것도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이런 느낌일까.

좀 힘들겠네, 이런 건.

 

머릿속의 목소리를 흘려 들으면서 저는 일어섰습니다.

미카가오카의 모두에게는 쪽지 한 장만 남기고 이 자리를 떠나게 돼서… 조금 미안함이 있습니다. 그래도ㅡㅡ

 

이것도 세상을 위해, 사람을 위해.

인류 문명을 살리기 위해서기에.

 

「가죠.」

「아아, ㅡㅡ동지여.」

 

 

 

그날 낮이었나요.

 

모든 “플레이어”에게 “페이즈 3”의 시작이 선언된 것은.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드디어 페3.

그나저나 이거 보시는 분들 계시긴 한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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