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드닌 2020. 6. 6. 15:32

180 공백기간

 

 

아키하바라. 역 인근에 있는 광장의 벤치에서.

히비야 코우스케 군, 콘노 린타로 군, 타다 리츠코 양, 키미노 아스카 양에 나를 포함한 다섯 명은 배식 담당 언니가 준 주먹밥과 오이 절임, 돈지루를 와구와구 먹으면서 대화의 꽃을 피웁니다.

화제는 물론 최근 몇 달 사이의 공백 기간에 있었던 일로.

 

「호에ㅡ… “마스터 던전” 인가요? 뭐라고 할까, 그… 굉장한 경험을 하고 오셨네요.」

「음, 확실히.」

 

산더미 같은 슬라임들에게 쫓기거나.

바늘산의 지옥을 걷기도 하고.

배에 산탄을 맞기도 했습니다.

 

「……무섭지 않으셨어요?」

「아니 딱히?」

 

오히려 이제는 좋은 추억이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었고.

푹신한 침대에서 잠들었었고.

바늘산 지옥도 <피부 강화> 덕분에 알맞게 발 마사지 받는 느낌이었고. 막상 받아보면 기분이 좋단 말이죠, 그거. 가능하다면 또 하고 싶네.

 

「그보다 여러분은 어땠었나요? 변한 건 없어요?」

 

그러자 모두 다소 어색한 듯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봅니다.

 

「……음, 여러가지가 있었지요.」

「가령?」

「역시 우리끼리로는 지키지 못한 사람도 있어서……」

 

네 명을 대표해, 코우스케 군이 제가 부재중이던 동안 돌아가신 분들의 이름을 불러갑니다.

적어도 저랑 친숙한 사람의 이름은 거론되지 않았습니다만… 흠.

역시 “괴물”에 대항하려면 “플레이어”의 전투력이 필요한 건가.

가능하다면 하나의 커뮤니티에 몇 명의 “플레이어”가 붙어 주는 게 이상적인데……

 

「그래도 이 근처에서는 우리 쪽이 제일 치안이 좋았던 것 같아요. 다른 커뮤니티들에 비하면 싸움도 적었고. “이상향”이라고 불리고 있기도 하고.」

「그래요?」

「네… 사사키 선생님과 스즈키 선생님이 여러가지로 손을 써주고 계셔서요. 모두가 살기 쉽도록 계속 신경을 써주고 계셨습니다.」

「헤에.」

 

제 머리에 개구리 아저씨와 기운 넘치는 아가씨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사사키 선생님은 비교적 엄격하다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잘 보니까 그 분, 꽤나 참견쟁이란 말이죠~」

 

아스카 양이 차분하게 말했습니다.

 

「…한 때 좀 노력이 과열되던 사람들이 많이 나온 적도 있고, 피난소의 분위기도 어색했는데…… 평상시처럼 잘 쉬라고 말했던 건 사사키 선생님이었어요. 역시 반대도 많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래서 다행이었습니다.」

 

남은 세 사람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심야에 “괴물”이 습격해 와서. 덕분에 우리는 완벽한 상태로 싸웠어요.」

「…엑. “괴물”이 왔었나요?」

「네.」

「괜찮았어요?」

「그럭저럭…… 아까 말한 대로, 희생이 전혀 없던 건 아니었지만.」

「호헤ㅡ」

 

내심 “괴물”은 계속 걱정이 되었습니다만……

적어도 절망적인 결말은 피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일단 한 숨 돌린 걸까.

 

 

그리고 수십 분 후.

문득, 그동안의 화제의 흐름이 흘러가서

「아, 맞다 맞아!」

슉 하고 린타로 군이 일어났습니다.

「위험해라ㅡ 말하는 거 잊을 뻔했다! 있지 아스카! 그 은삐까 남!」

그러자 아스카 양이 「앗… 그랬지~」하고 손을 들었습니다.

 

「뭔가요?」

「얼마 전 일인데 말임다. 저랑 아스카가 이케부쿠로 쪽의 생존자를 찾는 도중에 좀 이상한 놈이랑 만났슴다!」

「이상한 놈?」

「그게, 온몸을 은삐까 갑옷을 입은 놈이라서 말임다! 선배, 뭔가 짚이는 게 없슴까?」

 

은삐까? 갑옷? 코스프레?

 

「음… 글쎄요…」

 

그러면서도 머리 속에 떠오른 “플레이어”가 한 명.

제가 “마스터 던전”에 사로잡히기 전 잠깐 얼굴을 보였던 전신 검은 갑옷을 입은 남자의 모습입니다.

모모카 씨 왈, “암흑 기사”라는 직업이라고는 합니다만……

결국 그 사람은 대체 뭐였을까요?

대사도 「…흠.」이라고만 몇 번 말했을 뿐이고. 잘 모르겠다.

 

「저희들, 선배가 예전에 말한 “암흑 기사”라는 놈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떻슴까?」

「그렇지만 그 사람의 갑옷은 은빛이었잖아?」

 

내가 본 갑옷의 남자는 분명히 “칠흑”.

린타로 군이 말하는 갑옷의 남자는 “은삐까”.

그렇다곤 해도 갑옷을 입은 남자가 그렇게 몇 명이고 보이는 것도 아니고……

누구지. 사이 좋은 형제인가?

「역시 그렇구나…… 저, 틀림없이 그 녀석이 “암흑 기사”라고 생각해버렸슴다… 어쩌면 나쁜 짓을 해버렸는 지도.」

「뭐, 살다보면 언젠가 사과할 기회가 오겠지요.」

「음……」

 

조금 의기 소침해진 린타로 군.

 

「……………그런데요, 선배.」

 

화제가 끊긴 타이밍을 가늠하고, 타다 리츠코 양이 나섭니다.

 

「선배는 이후 어떻게 할 건가요?」

「어떻게, 라 하면?」

「음… 항상 그랬듯…… 어디론가 가지 않으면, 이라던가. 어디선가 누군가를 돕지 않으면 안된다……라던가?」

 

불안한 그녀의 얼굴을 보자 “도박사” 씨의 말이 생각 났습니다.

 

ㅡㅡ만약 피난민이 “플레이어”에게 사로잡힌 경우, 의지가 되는 건 너니까.

 

실제로 아직 행적이 뚜렷하지 않는 “플레이어”는 많이 있습니다.

“용자”나. “암흑 기사”나. “상인”이나.

이제는 언제, 누구의 장난으로 비극이 태어날 지도 모릅니다.

적어도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는 최대한 같이 행동하고 싶습니다.

 

「가능하다면, 잠시 미카가오카에서 쉬고 싶네요.」

「그렇게 해요!」

 

그러자 리츠코 양이 드물게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모두 선배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아, 그랬나요?」

「물론이죠!」

 

그런 걸 대면하고 말하자니… 왠지 좀 어색하네.

 

「저희, 오늘 오후에는 전차랑 함께 올라기로 되어있어요. 가능하다면 선배도 같이…」

 

게다가 타이밍도 좋네요.

 

「그럼, 여러분의 경호원도 할 겸. 동행하겠습니다.」

「야호!」

 

…라고.

오늘의 예정이 거의 성사되어 갈 때 쯤이었습니다.

 

「꽤 재미있어 보이는 구만 그래.」

 

비꼬는 듯한 어조로 우리를 내려다보는 남자가.

모델 뺨치게 잘생긴 외모는 낯이 익습니다.

 

「아, 킨죠 료마 씨 아니십니까.」

「킨죠 씨?」

 

코우스케 군이 고개를 갸우뚱거리곤 작은 목소리로

 

「음. 어디선가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뭐하는 사람이었더라?」

「아까 막 말했지 않았나요.」

「네?」

「제 배에 산탄을 맥인 사람입니다.」

「아아, 과연…… 헤?」

 

그의 미소가 사라졌습니다.

 

「그나저나, 저희 이외의 “플레이어”는 모두, 이 지역에서 도망 쳤었다고 들었는데.」

「그래…… 그 건도 포함해서, 잠깐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흠.」

「사실 나는 지금 어떤 “플레이어”의 메신저인 상태야…… 몇 가지 협상할 게 있다고 하더군.」

「협상?」

「음. 아마 너에게도 이익이 되는 얘기다.」

「호오… 들어보죠.」

 

그러자 료마 씨는 과자 CM에 등장하는 쟈니즈 계 탤런트처럼 입가를 웃음을 띄우고

 

「…이봐, 너…… “길드”에 관심이 없나?」

「“길드”?」

 

…라고 해도.

으음……

응……

 

「뭐였죠?」

「일단 “길드”에 대해서는 너의 동료… 모모카? 라는 여성이 알고 있었을텐데.」

 

모모카 씨 관련인가요?

그렇다면…… (“환생자”’s 정보 메모를 읽는 중) ……

 

★”길드”에 대해서★

열 명 이상의 “플레이어” 가진 팀. “길드”의 대표는, “용사” 혹은 “마왕”을 볼 경우 적대 행동을 하기로 약속되어 있다.

(원 포인트 메모)

“플레이어”의 존재는 매우 드물다. 자연스럽게 그들이 모인다고 보기는 어렵다.

뭔가 특수한 스킬을 가진 “플레이어”가 있을 지도?

 

라는 것.

 

「아, 아, 아아아아아……」

 

그랬지ㅡ 아니 그런 얘기가 나왔었지ㅡ

 

“플레이어”의 집단이라고 한다면 나카미치 긴가 씨… 즉 “왕”의 건가, 하고 멋대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쿠가미치 씨에 따르면 “왕”과 “용사”는 원래 협력 관계였던 것 같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으실 지?」

「상관은 없다만… 실례.」

 

거기서 말이 끊기고 제 주위에 있는 네 명에게로 시선이 돌리고선,

그의 눈이, 창백하게 발광했습니다.

 

ㅡㅡ<스킬 감정>인가요?

 

분명히 지난 번에 만났을 때는 없었던 스킬이죠.

잠깐 보지 못하는 사이에 레벨 업이라도 한 걸까.

 

「…음. 이 중 “플레이어”는 너 뿐이네.」

「예에.」

「그렇다면 미안하지만, 단둘이서만 있게 해주면 안될까? ……”플레이어”가 아닌 사람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건 선호하지 않아서 말이다.」

「이 사람들은 신뢰할 수 있어요.」

「그래도다. … 미안하군. 나 자신도 “길드”에 막 들어간 거라, 이게 첫 임무라서. 실수가 없도록 하고 싶어.」

「아, 그런가요.」

「그래.」

 

저는 모두에게 눈짓을 한 후, 일어섰습니다.

 

「…………선배. 나중에 다시 얘기해요. 꼭.」

 

등에 열렬한 시선을 느끼면서.

 

「괜찮아ㅡ요. 곧 돌아오겠습니다.」

 

 

저는 편하게 대답했습니다.

이게 무언가의 플래그가 아니기를 빌면서.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리츠코 히로인으로 정말 최적 아닙니까.

그나저나 드디어 180화네요. 번역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빨리 지금 진행되고 있는 막간이 끝났으면 하네요. 좀 심하게 말하자면 그 파트 주인공이 사회부적응자+중2 갬성 너무 심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