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드닌 2020. 6. 20. 23:05

181 “길드”

 

 

저희는 만세이바시 위에 척 세워 둔 바리케이드까지 걸어가, 적당한 철책에 앉았습니다.

도중의 편의점에서 빌린 블랙 캔 커피를 꿀꺽 들이키고서, 담배 한 대를 피우는 료마 씨.

 

「……후. …”마스터 던전”을 나와서 좋은 건 이걸 다시 할 수 있다는 거려나.」

「그러고 보니 그게 없었네요, 담배.」

 

나도 “도박사”씨도 피우지 않았으니 전혀 의식하지 않았습니다만.

 

「그 정도로 뭐든 갖추어 있던 거니까, 담배 한 두가지 정도는 준비되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말이지.」

 

료마 씨는 정말 맛있다는 듯이 피우고서는, …바닥에 던졌습니다.

 

「『 무단 투기 금지』」

 

나는, 근처의 간판을 가리키면서 말했습니다.

 

「너, 성실하군.」

「농담입니다.」

 

그러지 않아도 주위는 쓰레기인지 뭔 지가 흩어져 있습니다.

이제 와서 함부로 버리지 말라는 거를 신경 쓰는 사람은 없죠.

 

「그럼, 어디서부터 얘기해야 하려나.」

「다른 분들…… 잇치 군은 잘 지내나요?」

 

제 머리에, 그 “강철의 검”을 거머쥐던 시건방진 소년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건강해. 너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었지. 이런, 네게 반했나 보던데.」

「하하하.」

 

농담도.

 

「다른 분들도 역시 “길드”에?」

「그렇지. ……빈털터리로 현실 세계에 돌아왔을 때는 어떻게 하나 했지만…」

「모두 함께 원래 세계로 돌아온 건가요? …그, 갸루 삼인방도 함께?」

「그래.」

「눈 호강 좀 하셨겠군요.」

「……하하. 뭐 그런가.」

 

료마 씨는 힘없이 웃었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말을 즐길 수 있는 텐션은 아닌가 보네요.

 

「그때는 엉망이었지. ……상황을 모르니 어쨌든 급히 자리를 피할 필요가 있었어. 다들 적당히 그 근처의 커튼이나 신문지 등으로 몸을 가리고 뛰어다니고. …소프트크림형 간판으로 “좀비”를 격퇴하기도 했다.」

「흠흠.」

 

어떤 그림을 상상하든 개그 만화처럼 느끼지는 건 내 성격이 비뚤어지고 있기 때문일까.

 

「한참을 달린 뒤에 간신히 찾아낸 부티크에서 옷을 손에 넣고… 막 한숨을 돌린 차에 “길드”의 멤버가 나타난 거야.」

「그것 참 타이밍 좋지 않습니까.」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아무래도 이 자들, 아키하바라에서 일어난 일을 계속 관찰하고 있던 모양이야. 그리고 탈출한 플레이어들에게 각각 사자를 보냈다. 『우리들의 동료가 되지 않겠어?』라고.」

 

……

흐음.

그렇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요.

음. 지금은 깊이 생각하진 않겠습니다.

 

「참고로 접촉한 “길드”의 사람은 어떤 분이었나요? 직업은?」

 

그러자 료마 씨는 조금 방심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미안하지만, 나는 이제 “길드”의 일원이다. 동료의 정보는 말할 수 없어.」

 

어라, 아쉽네.

 

「물론, 처음에는 우리도 경계했다. ……하지만 그들은 실로 흥미로운 정보를 갖고 있었어. 신뢰할 만했지.」

「헤ㅡ」

 

그리고 료마 씨는, 잔뜩 뜸을 들이면서…… 세계의 진리를 말하는 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무래도ㅡㅡ “길드”의 동료 중에는 “환생자”라 불리는 자가 있는 모양이야.」

「……………”환생자”?」

「그래. 일단 이 “종말”을 경험했다는 자. 게임같이 말하자면 “강하게 뉴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인 거군.」

 

저는 일순간 말을 잃었습니다.

도야 얼굴을 만들고선,

 

ㅡㅡ그 “환생자” 씨의 일이라면 이미 알고 있답니다.

 

라고 답할 수도 있었겠죠.

그래도 뭐, 관련된 정보는 아직 감춰둡니다.

굳이 말할 필요는 없겠지.

 

「허, 헛! 설마, 그럴, 리, 가」

「……왠지 말투가 어색한데. 믿지 못하겠나?」

「아뇨, 믿고 있어요. 이제 와서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이상하지 않고.」

「?……그렇다곤 해도 처음에는 우리도 반신반의 했지. 하지만 몇 가지 우리가 아니고선 알 수 없는 정보를 알고 있었거든. 믿기로 했다.」

「가령?」

「동료…… 의 배에 아이가 있다. 내 자식이야. “환생자”는 이전 삶에서 나와 알고 지냈던 모양이더군. 그런 사정을 잘 알고 있었어.」

「……헤에.」

 

라고 할까. 이 사람, 그런 상황에서도 할 건 한겁니까.

담배만이 아니라 콘돔도 준비했어야 했네. 에니시 씨.

 

「이런 세상이다. 가급적 정보가 많은 팀에 소속하는 게 살아남는 방법이니까.」

「그렇죠.」

「…그래서. ……”길드” 상층부 사람들은 아무래도 아직은 서쪽으로 기능을 옮기고 있는 일본 정부와 연락을 주고받는 것 같다. 정부는 어떻게든 국토를 “좀비”와 “괴물”들의 손에서 되찾으려 하고 있어.」

「엑.」

 

저는 눈을 동그랗게 떴습니다.

 

「이 나라의 정부가 아직도 기능하고 있었나요?」

「그래. 지금은 “좀비” 대책을 위해 장대한 방벽을 만들고 있는 중이라더군.」

「진짠가요?」

「정말이래도.」

 

틀림없이 이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좀비 아일랜드 일 줄 알았는데.

 

「“마스터 던전”에 오래 머무른 폐해다. 이런 정보는 어느 정도는 라디오 방송으로 나돌고 있었어. 몰랐던 건 우리뿐이야.」

「그럼 한시라도 빨리 피난민들을 서쪽으로 이주시키는 건요? 헬기로 조금 씩이라도 일단 이동이 가능하다면……」

「그게 말이지, 정부는 그럴 생각이 없어.」

「…그 이유는?」

「이유는 두 가지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우리 동쪽 사람들을 믿지 않아. 무슨… 이상한 마술에 의해 오염된 생명체… 미국 만화 식으로 말하자면 “뮤턴트”처럼 느끼고 있다.」

「뭐라고요.」

 

눈이 동그랗게 떠집니다.

 

「그게 무슨……」

「아무래도 이ㅡㅡ <발화>.」

 

료마 씨의 집게 손가락에서 라이터 정도의 불이 켜집니다.

그는 그걸 이용해 다른 담배에 불을 붙였습니다.

 

「……”플레이어”로서 힘을 얻은 사람은 간사이 권에서는 별로 없는 모양이야.」

「그렇다는 건…」

 

욱신욱신해진 관자 놀이를 누르면서, 말을 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아무 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또 하나. ……지금 동쪽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어차피 예정된 국토 수복 작전의 발판이 되어 주라는 거다.」

「……예에에에에……」

 

언제 “괴물”이 닥칠지도 모르는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그냥 두는 데다가, 모두의 힘을 빌리자고 한다니.

……아무리 그래도, 너무 뻔뻔한 게 아닌지.

 

「뭘 말하고 싶은 지는 알아. 나도 똑같은 말을 “길드” 멤버들에게 했으니까. 『그만큼 사람들도 여유가 없다는 거야』, 라던데.」

「흠……」

 

음… 자위대는 괴멸했다는 얘기도 들었고, 남은 전력으로는 그게 한계일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뭐라고 해야 할까…

더 이렇게 잘할 방법, 없는 건가ㅡ?

이거 현장에 있는 사람들 특유의 느낌인가요?

 

「어쨌든 정부가 바라는 건 피난민 공동체의 안정과 강화다. “길드”도 그걸 전력으로 지원할 거야.」

 

왠지 아케치 씨나 오다 씨 근처가 반란을 일으킬 것 같은데.

야단났네.

…이 정보는, 잠시 모두에게는 비밀로 해두자.

 

「“길드”의 당면한 목표는 곳곳에 있는 커뮤니티에 “플레이어”를 파견하고, 피난민들과 함께 치안을 되찾는 거다. 그 후, 간사이 권에서 파견 나온 자위대와 협력하여 “좀비”와 “괴물”을 일소할 준비를 해 내가는 거지.」

「그래도,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는 거군요?」

「아아…… 한 달 후일지, 반 년 후일지. 혹은 일 년 후일지도 몰라. 그래도 국토의 절반을 “좀비”들의 소굴로 놔둬서는 안 되잖아?」

 

그건 뭐, 그렇습니다만.

 

「만약 네가 “길드”에 들어와 준다면 그렇게나 든든한 아군은 없을 거다. 너 정도의 실력이라면 “괴물”이라도 무섭지 않을 거고…… 피난민들의 트러블에도 대응할 수 있겠지. 물론 “길드”도 힘껏 너를 지원한다. 미카가오카를 비롯한 커뮤니티에도 유능한 “플레이어”를 파견하기로 약속하지.」

「흐음.」

 

저는 팔짱을 끼고 생각합니다.

 

ㅡㅡ이제 너…… 좀 쉬어도 되잖아?

 

그것은 히비야 노리오 씨의 말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제안이었습니다.

저는 조금 생각하고선,

 

「지금은 조금 할 일이 있어서, 답변을 보류해도 되나요?」

「상관없어. ……라기보단 원래 우리는 네게 무언가를 강제할 힘이 없지. 그러니까 이건 단순한 부탁이다. 『도와달라』라는.」

 

그렇게 료마 씨는 일어서서

 

「삼 일 후, 미카가오카 고등학교로 가지. 그때까지 마음을 정해준다면 좋겠어.」

「알겠습니다.」

 

바리케이드의 앞까지 걸어갔습니다.

 

거기서 저는, 텔레비전에서 배운 “형사 콜롬보식 협상술”을 발동했습니다.

헤어질 때는 마음이 느슨해짐으로 얼떨결에 중요한 정보를 흘려 버리기 십상이다, 라는 그거.

 

「아, 뭐 하나 물어봐도 되나요.」

「뭐냐.」

「료마 씨는 “환생자”씨와…… 음. 직접 만난 적 있나요?」

「아니, 만나지 못했어. 우리는 “길드”의 멤버에게서 간접적으로 이야기를 들은 것뿐이야.」

 

뭐, 그렇겠죠.

료마 씨, 아까 “환생자”의 이름을 말하면서도 별로 깊게는 모른다는 느낌이었고.

틀림없이 그에게 주어진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겠지요.

 

「그럼, 그 사람이 어떤 느낌의 “플레이어”인지는 묻지 않았다는 거네요.」

「그렇지. 다만 귀신같이 강하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그 사람은…… 그. 건강한가요.」

 

그러자 료마 씨가 살짝 얼굴을 찡그렸습니다.

 

「……그렇군. 아마 너도 곧 알게 될 테니 먼저 말해두지.」

「뭔가요?」

「“환생자”는 지금 죽어가는 모양이다. 어딘가의 “플레이어”와 싸운 끝에 마력 고갈을 일으키고 “좀비”에게 물렸다는데.」

「에. ……그렇다는 건 즉, 여생이 얼마되지 않는다는 거네요.」

「그게, 아슬아슬할 때 “길드”의 멤버에게 도움을 받은 모양이야. 지금은 마법으로 “좀비”화의 진행을 억누르느라 말하는 게 겨우 인 듯해.」

「……괜찮은 건가요.」

「모르겠군. 다만 한 가지 말한다면, “좀비” 독을 중화시킬 아이템을 수중에 갖고 있다면 “길드”와 “환생자”에게 은혜를 팔 기회라는 거 정도군.」

 

그렇게 말하고, 그는 바리케이드를 껑충 뛰어넘어 가버렸습니다.

혼자 만세이바시 위에 남아.

 

ㅡㅡ모모카 씨……

 

눈썹을 내리고선, 그녀의 얼굴을 떠올립니다.

이 사태, 좀처럼 “편하게”는 안 될 모양이네요.

 

그렇다 하더라도,

친구를 배신하느니, 조금 어려움이 기다리는 길을 택하더라도…… 나쁘진 않으, 려나.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더워서 축축 처집니다... 이게 날씨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