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드닌 2020. 7. 25. 19:23

185 낯선 소녀

 

 

시야에 펼쳐진 것, 그것은 이상한 광경이었습니다.

 

뭐라 해야 하나. 그렇다고 해야 하나.

웃지 마세요?

 

「문명 붕괴 후의 세계, ……같은?

 

.

스스로 말한 거지만, 이 상황에 딱 맞는 표현입니다.

아무래도 여기저기에 타이어를 뺀 차, 트럭을 쌓아 즉석 바리케이드를 구축한 것 같습니다.

마치 외부로부터 덮쳐오는무언가를 두려워하듯.

 

이상 사태가 발생한 것은 틀림없습니다.

아무리 둔한 저라도 이 정도의 대규모 공사가 가깝게 행해지고 있었다면 모를 리가 없죠.

 

덜덜덜덜, 하고, 오한이 난 것 마냥 몸이 떨렸습니다.

문득 옆으로 고개를 돌리자 혼란이 더 깊어집니다.

 

……우와.

 

누군가로 인해 아파트의 벽이 부셔져 있었습니다.

 

현재 내 집과 다나카 씨의 집은 가리는 게 없이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는 상태.

다나카 씨는 낡은 아파트에 있는 제 집의 이웃입니다. 반짝이는 머머리 아저씨입니다.

그가 선인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역시 이건…….

 

저는 조심조심, 베란다에서 다나카 씨의 방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무언가를 끌었던 것 같은 시커먼 핏자국을 봐서ㅡㅡ

 

「핫, …… 하아, ………… 하아……!

 

심장이 두근두근 뛰는 채, 도망 치듯 자신의 방으로 돌아옵니다.

그대로 침대에 쓰러진 후, 이불을 머리부터 뒤집어쓰고서 필사적으로 지금 본 광경을 잊고자 했습니다.

뭔가 이상한 사건이 일어났다, 그건 틀림없고.

어떤 이유로, 다나카 씨는 공격받았다.

방의 흔적에서 추측하건데, 그렇게 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는 무사할까요?

이불을 뒤집어쓰고서 안 속에 파묻히길 몇 분.

그만큼의 시간을 지나고서야,

 

「경찰경찰을 부르지 않으면……!

 

겨우 그렇게, 당연한 생각에 생각이 미쳤습니다.

그렇다곤 해도, 전화가 되지 않는 지금 어떻게 해야 좋을까, 하는.

 

그럴 때였습니다.

 

쾅쾅쾅쾅!

 

하고, 조금 거칠게 아파트의 문이 두드려집니다.

 

「선배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

 

익숙한 목소리.

 

「선배애애! 놀ㅡ아요ㅡ! 이케부쿠로의 요도바시에서 보드 게임을 많이 사왔어요! 같이 해요!

 

저는 조금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도어 스코프(문에 붙어있는 작은 창문 같은 그거)로 밖을 확인했습니다.

거기에 있던 건, 작고 어딘지 모르게 햄스터 같은 인상을 주는 여자였습니다.

본 적이없는 사람입니다. 분명.

 

저는 문을 사이로 두고, 떨리는 목소리로 살살 대답했습니다.

 

………누구?

「저에요! 아사다 리카입니다!

「아사다?

?

 

그녀는 마치 자신이 거기에 있는 게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제게는, 이상할 뿐입니다.

 

「저기, 선배, 가 맞죠?

「아닙니다.

 

이건 단정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누구에게도선배라 불린 적이 없습니다.

태어난 후, 동아리 활동이나 그와 비슷한 것을 한 적이 없어서.

 

「그래도 그 목소리는」

「실례지만, 잘못 아신 게 아닌지?

 

솔직히 제 목소리도 딱히 특징적이지 않으니까요.

한 때 성우를 꿈꿨지만, 쉽게 포기한 이유가 그겁니다.

음질만큼은, 어떻게 한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제 말에 도어 스코프의 건너편에 있는 소녀는 대단히 슬픈 듯한 얼굴을 했습니다.

 

「저, …… 혹시 제가 뭔가 비위에 거슬리는 말이라도, 했어요……?

「아뇨. 그러니까 딴 사람이래도」

「거짓말이죠. 제가 선배의 목소리를 착각할 리가 없어요. 게다가, 집이라고 선배가 말했던 곳이고.

「착각이 겹치는 일은 자주 있죠.

 

어디까지나 신문 권유를 거부하는 듯한 제 말에, 그녀 나름대로 감정이 요동치게 되었는 지도 모릅니다.

아사다 리카 씨는 조금 울면서,

 

「저…… 뭔가, 제가 나빴다면, 상처를 입히는 행동을 했다면, …… 사과할테니까요문을 열어주시지 않겠어요?

「문을 열면 어떻게 할 건데요?

「얼굴이 보고 싶어서요. 그거뿐이에요. 그 이상은 바라지 않으니까.

「하아.

 

저는 막 일어나 부스스한 머리라는 걸 알면서도, 문을 조금만 엽니다.

물론 문에 체인을 걸어, 필요 이상으로 열리지 않도록.

 

낯선 소녀가 이쪽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역시! 선배잖아요! 어째서……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애초에 저는 당신의 얼굴을 본 기억이 없는데요.

 

그러자 아사다 씨의, 먹이를 빼앗긴 애완 동물 같은 표정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서,

 

……그거 진심이에요?

 

어딘가 각오를 다진 것 같은ㅡㅡ 그런 차분한 표정이 되었습니다.

 

「네, .

「틀림없이ㅡㅡ 제 얼굴을 본 적이 없다는 거죠.

「예. ……어디선가 만났었나요?

 

물론 학교의 어디선가 스쳤었다는 가능성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만.

 

……, 지금부터 학교의 모두와 상담하고 올게요.

「예에.

「그러니까 이게 어떤 농담이라면 빨리 말하세요.

「농담도, 장난도 아닙니다만.

 

뭐랄까, 누구지.

학교의 모두라니.

 

……알겠습니다.

 

 

아사다 씨는 이런 아수라장에는 굉장히 익숙하다는 듯,

 

「금방 돌아올게요. 선배는 일단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 주세요.

「저, 잠깐.

…….

「그럼 말이죠, 가능하다면 입니다만. ……이웃 방의 상태가 이상해 보여서 그러는데, 경찰을 불러 주시지 않겠어요?

?

「아까 보니 핏자국이 있어서…… 방도 휘저어 진 것 같고요.

「휘저어……?

 

그녀는그게 뭐가 이상하나라고 말하려는 듯해서,

저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렇게 덧붙입니다.

 

「아무래도 제 방, 정전이라 전화가 통하지 않는 모양이에요. 그러니까……

 

그러자 아사다 씨는, 그 말로 모든 것을 이해한 듯한, 다정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 맡겨주세요.

 

그녀의 말은 아기를 어르는 언니 같이.

 

「제 아빠가, 그 경찰이에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주인공 인성 수준.

사실 잘 보면 여러 군데에 모순적인 발언/묘사가 있습니다. 가령 다나카 씨에 대한 서술이나...

찾아보시는 것도 어떠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