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드닌 2020. 7. 31. 16:09

186 동료

 

 

선고를 기다리는 피고인의 마음으로 방에 있자 다시 노크가.

문을 열자 우선 아사다 리카 씨가 얼굴을 불쑥 들이밀고서,

 

「기다리셨죠, 선배. 모두를 데리고 왔습니다♪」

「……예.」

 

그녀의 뒤에는, 어쩐지 낯선 얼굴들이 나란히 서 있습니다.

 

한 사람은, 거무스름한 피부의 소녀.

다른 한 사람은, 삽을 멘 여자.

마지막으로. 기가 쎄 보이는 트레이닝복 차림의 여성.

 

기가 쎄 보이는 여성은 봤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분명,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의 체육 교사였을 터.

 

방문한 게 여성만인 것은 저를 염려한 것인지.

대면한 사람들은, 왠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습니다.

 

「그나저나… 어라? 그 모습은……?」

「? 무슨 문제가 있나요 ?」

 

저는 지금 미카가오카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있습니다. 가슴 쪽에 큰 리본이 붙어있는 게 미소녀 게임 같다고, 인터넷에서는 나름대로 유명한 녀석입니다.

 

「학교에 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일단 교복으로 갈아입었습니다만.」

「그렇… 네요. 사사키 선생님도 하고 싶다 말씀하셨었고, 가능하다면 학교에 가고 싶네요.」

「그럼 갈아입길 잘한 거군요. 아니면 뭔가, 이 모습에 문제라도 있나요?」

「아뇨……. 저 그, 저지가 아닌 선배는 그, ……좀 레어한 모습이라고 할까. 스커트를 입는다는 이미지가 없었다고 해야 하나……」

「레어?」

 

어디가?

기본적으로 평일에는 이 모습인 경우가 많을 텐데요.

 

「게다가 지금 선배, ㅡㅡ 칼을 지니고 있지 않네요.」

「칼? 칼이라면 할아버지의 유품 말인가요?」

「네.」

「그게 왜 필요하죠?」

 

그러자 여성 교사가 언짢은 표정을 짓고서,

 

「진심으로 그렇게 말하는 거라면 중상이구나.」

「중상?」

「이봐, 너. 최근에 머리를 강하게 치기라도 했나?」

「……? 아뇨.」

「아ㅡ 아니. 생각해보면 머리를 친 기억 자체를 잊었을 수도 있는 건가. ……그럼 머리가 아프다던가, 그와 비슷한 거는?」

「가끔씩은.」

「뭐, 그건 그런가. 확실히 너, 다쳐도 금세 치유되곤 했었지.」

「뭡니까? 사람을 괴물인 것 마냥 말하고.」

「괴물…… 아니, 그럴 생각은 없었다. 기분을 나쁘게 했다면 사과하지.」

 

그리고 순순히 고개를 숙이는 여성 교사.

상대를 가벼이 대하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성실한 사람이네요.

 

어쨌든. 이러나저러나.

저도 슬슬 이 사람이 뭐라 말하고 싶은 건지 이해했습니다.

 

「저는…… 기억 상실인가요?」

 

만약 그렇다면 아까 전부터 느껴지는 위화감이 설명이 됩니다.

이전부터 멀리서 매미 소리가 들리고 있었습니다.

이젠 의심할 여지도 없습니다.

오늘은ㅡㅡ 어느 겨울 날도 뭣도 아니고, 한창 여름인 어느 날인가?

그런 겁니다.

그렇다면, 제가 약 반 년 간의 기억이 사라져 있다는 말인데…….

 

「응, 역시 이해가 빠르네.」

「그러면 왜 이리?」

「모르겠네. ……모르지만, 최근에는 평범하게 생각할 수 없는 일들이 종종 일어나니까. 아무튼 일단 학교로 이동할 수 있겠나?」

「그러기 전에 두 가지, 확인해보고 싶은데요.」

「뭐지?」

「우선 옆집의 다나카 씨인데…… 어떻게 됐는지, 아세요?」

「글쎄, 모르겠네.」

「그런가요.」

 

걱정됩니다.

 

「그럼 또 한 가지. 기억을 잃기 전의 저랑…… 당신들은 그, ㅡㅡ 어떤 관계였나요?」

 

「………동료.」

 

그렇게 대답했습니다.

 

 

 

 

그 후, 저는 네 명에게 둘러싸이다 싶이 하여 아파트를 내려갔습니다.

조금만 걸어도, 세계가 바꾸여져 나타났습니다.

 

벽이나, 바닥이나.

곳곳에…… 핏자국으로 생각되는 검은 자국이 튀어 있거나.

멀리서 무언가 타는 듯한 불쾌한 냄새가 나거나.

그리고 그걸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있는 점이나.

 

아파트를 나오자 위화감은 더욱 가속화했습니다.

베란다에서 언뜻 봤을 때도 생각한 거지만…… 어쨌든 여기저기가 바뀌어 버린 겁니다.

특히 아파트 부근에 있는 큰길의 변화가 굉장합니다.

거기에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진 않았을 거라 생각되는 두꺼운 강철 바리케이드와, 그것을 감시하는 보루 같은 것이 지어지고 있었습니다.

저런 게 도로에 있어서는, 두 번 다시 차가 왕래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까지 해야만 하는 이유가 뭘까요.

 

아무래도 여기 사람들은 과잉이라 생각될 정도로 “뭔가”의 침입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상한 점은, 그럼에도 행인들의 얼굴에는 어두운 곳이 없다는 거ㅡㅡ 오히려 긍정적인 분위기까지 돕니다.

아무래도 그들은 모두 이렇게 믿는 거겠지요.

앞으로, 반드시 자신들의 생활은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고.

 

가는 도중, 네 명을 부르는 목소리도 다수.

 

「아사다 씨! 물자 보관소 건으로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릿쨩, 삽의 재고를 발견했다! 내일은 조달 팀을 짜고…」

「아스카! 오늘 밤의 보드게임부 말인데, 집합 시간을 좀 늦추면 안 될까.」

「스즈키 선생님, 지금 아이들끼리 싸우고 있어서 걱정이에요!」

 

아무래도 이 근처의 주민들 모두가 비교적 의존하고 있는 대상들인 모양이군요.

 

「모두 인기가 많아보이네요.」

「선배가 우리에게 해준 걸, 모두에게 돌려준 결과에요.」

 

라 말하는 아사다 씨.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

마치 딴사람에 대해 말하는 것 같을 뿐이라.

 

줄줄이 걷던 일행이 교문 앞에 도착할쯤이었나요.

갑자기 꺄아아악 하는 소리와 함께 네 명 정도의 여자 그룹의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았습니다.

나이는 모두ㅡㅡ 중학생 정도?

 

「아스카 선배!」

 

붙잡힌 건, 삽을 멘 여자.

“아스카 선배”라 불리는 사람은 조금 곤란한 듯이 웃고선,

 

「모두 미안~ 지금 좀 바빠서… 이야기라면, 다음 번에……」

「ㅈ, ㅈ, ㅈ, ㅈ, 저! 저희들, 부디 다음 탐색에 끼워 주셨으면 해서…」

「그러니까 그 이야기는 다음 번」

「게다가, 이것 좀 보세요!」

 

그리고 그녀들은 등 뒤에 숨기던 것을 내밀었습니다.

 

「……!?」

 

동시에 저는 눈을 의심합니다.

저보다 다섯은 어려 보이는 소녀가 꺼낸 것은ㅡㅡ 사람의 머리통이었습니다.

무슨 일에도 동요하지 않는 저도, 이거에는 역시 오싹해서 몇 걸음 정도 뒷걸음쳤습니다.

그럼에도 개의치 않아 하며 효수를 내세운 소녀는 말을 계속했습니다.

 

「아까 미코토 쨩이 잡았어요! 저희도 못 싸우지 않아요…… 그러니까……! 꼭 데려가주세요!」

 

가짜…… 가 아니죠. 이건, 틀림없습니다.

이제는 남녀의 구별조차 안 될 정도로 파손된 그 사람의 목은 피와 진흙으로 얼룩진 채, 여기저기에 찢긴 자국이 있고, 한 번 보면 다시는 잊을 수 없는, 고민에 일그러진 표정으로 굳어 있었습니다.

그 이마에는, 칼이 한 자루 깊숙이 찌르고 있었습니다.

 

아스카 씨는 그것에 크게 동요하지 않은 채, 대신 씁쓸한 탄식을 토합니다.

 

「아직은 안 돼요.」

「에엣! 왜요ㅡ!?」

「싸울 수 없다던가, 그런 이유가 아니에요. ……여러분에게는 조금 더 누군가를 신경 쓸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답니다.」

 

그렇게 말하는 아스카 씨는, ㅡㅡ 나중에 묻자 저랑 같은 나이라는 것 같던데,

굉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만약 제가 그 입장에 있었다면, 꼭 저렇게 상냥하게 후배를 타일러 주는 것 같은 건, 못할 테니까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원래 아스카는 정상적인 말투입니다. 린타로도 사실 그래요. 슴다체 쓰는 쓰는 건 씹덕캐 에니시 뿐입니다.

근데 그냥 전 번역자 분이 하신 거 맞춰서 하고 있어요.

사실 저도 이게 마음에 듭니다. 캐릭터가 더 잘 보이고, 덜 딱딱한 문체가 되는 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