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드닌 2021. 2. 1. 02:01

193 적재적소

 

 

나답다, ㅡㅡ인가요.

저는 잘 모르겠지만요.

 

「당신 말이야, 교실에서 그런 얼굴로 멍 때리고 있던 게 보통이었잖아. 그랬으면서 “종말” 후에 만나게 됐을 땐 모두가 기댈 수 있는 슈퍼맨이 되어있질 않나. 정말 동인 인물이 맞나 계속 생각했을 정도야.」

「예에.」

 

딱히 이론은 없습니다.

린네 씨는 그 아름다운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고선, 말을 계속했습니다.

 

「일단 대충 현 상황만 설명할께.」

「?」

「리카는 무사해.」

 

어스름하게 비추는 야릇한 분위기 속에서, 린네 씨의 길고 긴 한숨이 들렸습니다.

저, 예전부터 생각하던 건데, 이 사람 천연 서큐버스라던가 그런 게 아닐까 합니다.

 

「너를 습격한 “플레이어”, ㅡㅡ야쿠 긴스케라는 남자 말이야, 히로이즘이 좀 심하긴 한데 말을 하면 알아듣는 사람이라서 말이지. 이쪽의 사정을 들어줬어.」

「사정이라 하면?」

「네가 만전의 상태가 아니라는 거.」

「예에.」

「지금 녀석은 사사키 선생님의 환대 아래 밥, 먹고 있어. 승부는 연기하는 걸로 됐고.」

「헤에.」

 

그으거 잘 됐네요오.

 

「말해두겠지만, 엄청 행운이었던 거야? 만약 당신의 상대가 전에 싸웠던 “왕”같은 놈이었다면, 당신도 리카도 가차 없이 당했겠지.」

 

“왕”의 이름은 아사다 씨에게 들었습니다.

분명, 아키하바라를 근거지로 하던 악당, 이라고.

 

「거기다…… 당신은 기억 못하는 것 같지만, “퀘스트”로 싸우는 상대가 있는 곳을 알 수 있는 것 같으니까. 결국 도망치려고 해도 쓸데없어.」

「흐응.」

「흐응, 이라니…… 괜찮겠어? 당신, 이대로면 그 녀석한테 질 거야.」

「괜찮잖아요, 지더라도.」

「뭐?」                                                        

「확실히, 일부러 싸우지 않아도 되는 방법이 있다고 했던 것 같고.」

 

그에게 “종속”되면 된다 던가, 어쩌던가 라면서.

 

「그건 마지막 수단이야. 그래버리면, 그 녀석한테 스킬을 모조리 빼앗길 수도 있어.」

「그게, 뭐가 나쁘죠.」

「…………나쁘다?」

「그건 즉, ㅡㅡ평범한 인간으로 돌아온다는 뜻이죠? 오히려 지금의 제게 있어선 메리트인 것 같은데요.」

「너…………!」

 

순간 린네 씨는 어조를 높이고서, 침대 위에 한쪽 무릎을 세웠습니다.

저는 시선을 돌리다, 왠지 이상한 기분이 되었습니다.

일단 침대 위에 올라오는 걸 그만둬 줬음 합니다.

제 인생에 있어, 침대 위는 성역입니다. 저 이외의 누구도 몸을 올리지 않았으면 하는 장소입니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더욱 몸을 싣고서,

 

「들어, “하쿠.”」

 

제 얼굴을 단단히 홀드.

 

「그건…… 그건 당신 때문이라도 하면 안 되는 거야. 정말 위험한 생각이야.」

 

우와 우와.

그녀의 단아한 얼굴이 눈앞에.

왠지 좀 좋은 냄새도 나고.

동성인 저조차도 깜짝 놀라게 된 상황입니다.

 

「세계가 이렇게 되고 나서, 우리에게 도망친다는 선택 사항은 없어졌어. 슬프게도.」

 

그대로의 포즈로 몇 초.

 

「놔……」

「?」

「놔주세요……」

「아아… 미안. 힘이 잔뜩 들어갔었네.」

 

그러자 천천히 제 얼굴은 해방되었습니다.

내심, 정말 안심했습니다.

그대로 츄ㅡ하면, 분명 피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으니까요.

이쪽은 골수 이성애자라구.

 

「그래도, ㅡㅡ알아 줬음 해. 야쿠 그 놈도 필사적이야. 당신을 쓰러뜨리지 않으면 “플레이어”로서의 힘을 잃어버리게 될 테니까.」

 

그렇게 말해도.

저, 싸울 수 없습니다.

그것만큼은 분명하게 하고 싶습니다.

한번 칼을 뽑으면, 분명 되돌릴 수 없을 거라고, 알고 있으니까요.

 

잔뜩 잔뜩, 누군가가 “의지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그런 생활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제 재량으로 할 수 있는 작은 일만 하면서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 이상은 원하지 않아요.

세계의 사람들에게 책망 되더라도.

저는, ㅡㅡ누군가의 목숨의 책임을 지는 일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쿠.” ㅡㅡ당신 역시, 야쿠랑 싸울 생각은……」

 

저는 어둠 짙은 곳에 시선을 떨어뜨리고서,

 

「죄송합니다. 그건 좀……」

「즉, 당신은 “평범한 여자”로 돌아가고 싶다. 그렇다는 거지?」

「네.」

「응. ……알겠어.」

 

이상하게도, 낙담하는 기색이 없었습니다.

마치, 그 말을 받아들였다, 는 듯이.

 

「그럼, 내가 대신 싸울게.」

「ㅡㅡ?」

「당신이 기억을 되찾을 때까지, 내가 당신을 지키겠어.」

 

엣.

뭔가요, 그 정신차리고 있지 않으면 설레 버릴 것 같은 대사는.

 

「나는 지금 츠즈리에게서 받은 “노예”의 힘이 있어. 야쿠 녀석 정도는, 어떻게든 하겠어.」

「노예……?」

 

뭘까요.

“플레이어”의 힘의 일종인가요?

 

「당신이랑 츠즈리는 내 지원을 해줘. 내가 지면 당신들은 야쿠에게 “종속”되면 돼. ……어때?」

「네……」

 

잘 모르겠지만.

그녀에게…… 역할을 떠넘긴 게 될까요.

 

「당신에게서는 지원 시스템의 마법으로 내가 보좌를 받는 걸로. ……동급생의 의리야. 그 정도라면, 괜찮지?」

「예……」

 

지원 시스템의 마범. 그런 거 쓸 수 있는 건가, 나? 진짜?

……라는 의문이 들면서도, 어째선지 그걸 할 수 있다는 실감이 들었습니다.

 

「그럼 정한 거야. 승부는 내일 열 한시 넘어. 사전에 협의하고 싶으니까, 아침 여섯 시에 교문 앞으로 모였으면 해.」

 

저는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참고로, 승산은 있나요?」

「……지금의 당신이나, 빌빌거리는 츠즈리가 싸우는 것보단 낫겠지.」

「그런가요.」

 

저는 떠나가는 린네 씨의 등에

 

「왠지, 폐를 끼치는 것 같네요.」

 

솔직한 감정을 전했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하하핫」하고 웃으면서 돌아보더니,

 

「괜찮아. 적재적소로 가자. 서로.」

 

제 머리를, 마치 작은 아이에게 하듯 쓰담쓰담.

 

「이런 거, 최근에 꽤 유행이야. 지금까진 계속, 손이 모자랐으니까.」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피곤해라.

주인공 놈, 계속 부정해봤자 근처에 있는 건 여자 뿐인데, 그렇죠?

여자라도 좋지 않을까.

'웹소설 번역 > JK무쌍 끝난 세계를 구하는 방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195화 히어로 등장  (0) 2021.02.15
194화 누구  (0) 2021.02.07
192화 이불 밖  (0) 2021.01.17
191화 딴 사람  (1) 2021.01.10
190화 무력한 두 사람  (1) 2020.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