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드닌 2021. 1. 10. 15:10

191 딴 사람


애니메이션에서 튀어나온 듯한 소녀의 첫인상은, ㅡㅡ「왠지 믿음직스럽지가 못한데」 였습니다.
딱히 이래서야 같은 이유가 있는 건 아니지만.
어쩌면 잃기 전의 기억이 조금은 남아 있는 걸지도.

「아까, 사정은 스즈키 씨에게 들었습니다. 자세한 걸 이야기하고 있을 여유가 없으니까요. ……우선 “전사” 씨는 스킬을 차례대로 가동시켜 주세요.」
「스킬?」
「네. ……보시는 대로 아무래도……」

츠즈리 씨의 눈이 푸른빛을 띄며 발광.

「……역시. “전사” 씨는 모든 힘을 오프로 하고 있는 것 같네요.」
「어어……」
「일단 『마력 제어를 실시합니다』 라고 말해주세요.」
「마력?」

저는 어쩐지, 미묘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아무래도 말이 어긋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ㅡㅡ”도움을 청하려고” 왔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알려주고 있는 것은 분명, “자력으로 해결하는 수단.”

「빨리요. 스킬의 가동에는 시간이 걸려서.」
「ㅇ, 예. ……으음 그럼, ……마력의 제어를…… 실시합니다.」

중얼거리자, 어떤 환청이 머리 속에서 들려왔습니다.

ㅡㅡ플레이어 “끝내는 자”의 마력 제어를 실시합니다.
ㅡㅡ설정을 반영할 때까지 약간의 시차가 발생함으로 주의하세요.

<검술(상급)> OFF
<퍼펙트 메인터넌스> OFF
<필살 검Ⅰ> OFF
<필살 검Ⅱ> OFF
<필살 검Ⅲ> OFF
<필살 검Ⅳ> OFF
<필살 검……

「뭐꼬ㅡ 이거어?」
「지금, 취득한 스킬들이 머리 속에서 흘러가고 있을거에요. 우선 <기아 내성(강)>을 맨 처음으로, 다음은 <자연 치유(강)> <피부 강화> <뼈 강화>를 키세요.」
「으음……」
「참고로, <기아 내성(강)>을 먼저 키는 이유는 마력 고갈을 막기 위해서 입니다.」
「저어……」
「그 후 <검술>이랑 <공격력> <방어력>에 <마법 저항>을 키면 최소한 맞붙을 수 있는 정도는 될 거에요.」

왠지 모르는 게임의 설정을 잔뜩 떠들어대는 것 같은 기분.

「즉, 주인공은 펄스의 팔씨에게 선택된 르씨이다……라는?」
「“광속”을 별명으로 갖고 있으며 중력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고귀한 여성 기사의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에요.」

오, 그러고보니 이 아가씨 꽤 잘 말하네.

「잡담하고 있을 시간 없잖아요? 빨리 <기아 내성>을……」
「이미 하고 있어요. 그 마력 제어인가 뭔가, 생각을 하는 것 만으로도 되는 것 같아서.」
「그렇군요. 역시 순응성이 좋네요.」
「그래도 이거 스킬을 가동시키는 데에는 일일이 시간이 걸릴 것 같네요.」

확인하지 않아서 잘은 몰라도, 이 페이스로 “스킬”을 가동시키고, 제대로 싸울 수 있게 될 때까지 꽤 시간이 걸리는 게 아닐 지?
그 사실을 알자, 저는 마음 속 일부가 급격하게 식어 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ㅡ 이거 안 되겠네.
구하지 못하겠네, 아사다 씨.
유감. 안녕히 가세요.

「그런데 왜 “전사” 씨의 스킬은 전부 꺼져 있는 건가요.」
「몰라요, 그런 거.」
「기억을 잃기 전에 일부러 꺼둔 것…… 같지는 않으니, 최근 “페이즈 3”이 시작된 거의 영향인가요?」
「아까 야쿠 씨도 말했는데, 뭔가요? “페이즈 3”이라는 게.」
「그건ㅡㅡ 저도 잘 모릅니다.」
「?」
「아무래도 “종속”한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정보는 한정되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페이즈 3”에 대해서 거의 아무것도 모릅니다.」

흠.

「그럼 또 한 가지. ……이것도 야쿠 씨에게 들은 단어인데. “종속”이 뭔가요?」
「“종속”이란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행동 중 하나로, ㅡㅡ거의 절대 복종 계약을 맺는 행위 …라 할까요?」

거기서 츠즈리 씨는 미간에 손을 얹고선,

「뭐, 자세한 사정은 나중에. 어쨌든 지금은 그 공격자에게 대응해야 하니까요.」
「당신은?」
「네?」
「당신은 싸우지 않는 건가요?」

저는 솔직하게 물었습니다.

「당신도 그 ㅡㅡ”플레이어”인가 뭔가죠?」
「……네.」
「그렇다면, 당신이 싸워야 하지 않겠나요.」

그야 그렇잖아요?
좀 머리가 이상하게 된 저보단, 오체만족에 건강한 그녀가 차라리 잘 싸울 테니까.
제 물음에 메이드 옷의 소녀는 어색한 듯 시선을 돌렸습니다.

「저, 저는…… 싸울 수 없습니다.」
「왜죠?」
「여, 여러가지로 설명하곤 싶지만 그…… 아무튼…… 싸움이 서툴러서……」
「그건 저도 마찬가지인데요.」

사실은 저, 폭력으로 뭔가를 해결한다는 거, 지혜가 부족한 사람이나 하는 짓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럼, 어쩔 수 없네요.」
「네. 여기선 역시 “전사” 씨가 싸울 수 밖에……」
「도망쳐버리죠.」
「네?」
「저쪽의 목표는 저 같고요. 그에게 대항할 수 없다면 도망 칠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그건, 이 커뮤니티의 사람들이 습격 당할 가능성이 있어요.」

눈썹을 여덟 팔 자로 만든 그녀에게 저는 간단히 말했습니다.

「상관없잖아요? 그래도.」

차가울지도 모르지만 ㅡㅡ뭐, 세상이란 그런 겁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죽어버리면 뭣도 없습니다.
이런 세상이 되어 버렸다면 약육강식은 당연한 거죠.
그러나 제 말에 츠즈리 씨는 눈과 귀를 의심하고 있었습니다.

「그럴 수는……!」

마치 「이건 정말 내가 알고 있는 “그녀”인가」 라는 듯한.
뭐, 결론부터 말하자면 「거의 다른 사람이에요」이라 판단해주고 싶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도, 그렇게나 지금의 저와…… 기억을 잃기 전의 저는 연결되지 않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애초에, 원래
저, 여기 있는 사람들에게, ㅡㅡ어떤 의미도 가지고 있지 않으니까.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아 응애에요.

<필살기> -> <필살 검>으로 변경. 직업군마다 필살기 이름이 다릅니다. 아닌가? 아님 말고.

너무 오랜만에 번역해서 번역 했던 걸 다시 되돌아봐야 할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말투, 용어, 심지어 이름까지! 기억이 안 난다 이겁니다.

그래도 일단 목표는 다시 1주 1회 번역으로, 꼬박꼬박 하기.

 

애초에 보시는 분이 계셔야 하던가 말던가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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